일희일비 □ 김철우

2021-06-18 08:59:09

조금만 움직여도 무거운 멍지를 끌고 다락을 올라가는 황소처럼 숨이 차서 헐썩거리는 병 증세가 갈수록 심해져서 위해시군의병원에 입원한 건 정확히 보름 전 일이다

몇천원을 밀어넣으며 여러가지 의료검사를 거치고 오전 오후 점적주사 네병씩 맞는 한편 기체 호흡 치료를 하루 두번씩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 따라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으니 놀랍게도 급속도로 병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위해시에서 유명한 3대 병원을 다 돌아다니며 병을 보였으나 헛돈만 몇천원 밀어넣고도 병이 갈수록 중해져서 이젠 때가 온 모양이구나 락심하며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하다가  요행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거머쥐듯 삶의 희망을 어슴푸레나마 갖게 되였다.

그런데 검사 도중에 왼쪽 페 웃켠에 콩알만한 수상한 혹이 발견되여 꼭 수술해야 산다는 진단을 받았다. 1년 전에 우리 로인협회의 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증세로 이 병원에서 페수술을 받았는데 암세포가 급속히 전신에 확산되여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소식이 쫙 퍼져 협회는 끓는 가마처럼 술렁여 가슴이 썰렁해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병원에 방문을 가니 전신에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친구가 전신마취를 한 채 아직도 깨여나지 못하고 죽은 듯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것을 바라보니 저절로 두 눈에 이슬이 고여 말없이 돌아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이 세상에 왔다가 때가 되면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위대한 자연섭리를 아무도 거역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그런 처지가 되니 하늘이 무너지듯 눈앞이 캄캄해나며 도무지 어쩔바를 모르겠는 것이였다.

별수가 있는가, 하늘이 하는 일인데 마음을 하얗게 비우고 차근차근 떠날 준비를 해야지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초롱에 갇힌 가련한 새처럼 자꾸만 처져내리는 마음을 추슬려올리며 도살장에 실려간 늙다리 황소처럼 갑갑한 나날을 일각이 천추처럼 지겹게 보내는데 오늘 갑자기 바람 타고 대상 수상을 했다는 특대 희소식이 날아 들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얼마 전 청도작가협회 위챗그룹에 한국에서 산동성 거주 조선족작가들을 대상으로 디카시 응모 활동을 벌린다는 소식이 실린 것이다. 며칠 동안 생각을 굴리며 사색에 모대기던 어느 날이였다. 새날이 희붐히 밝아오는 이른새벽에 잠이 오질 않아서 이불 속에 누워서 두 눈을 말똥거리다가 벌컥 일어나 옷을 대충 걸치고 끌신을 신은 채 급촉히 층계를 뛰여내려 밖으로 달려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알릴 듯 말 듯 불어오고 아직도 깨여나지 못한 새날이 달콤한 꿈속에서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어데선가 이름 모를 새가 옥피리 불듯 듣기 좋은 목청으로 지저귀는 것이였다. 몇번 기분 좋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길이 가는 대로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 세장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잠시 후 제법 새날이 굳잠에서 깨여나 기지개를 켜면서 살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단걸음에 집으로 돌아와 한참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그렇게 태여난 디카시, 하지만 아무리 공지를 읽어봐도 투고 메일주소를 찾지 못해 서성이다 결국 대학에 다니는 손자의 도움을 받아서야 투고할 수 있었다.

별로 큰 기대는 가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투고는 했으니 막연히 수상소식을 기다리기는 했다. 그런데 꿈만 같이 나의 시가 대상에 걸렸다는 희소식이 전해왔다.

세상에! 살다가 이런 일도 있는가. 믿어지지 않아서 제 눈을 의심하며 반신반의하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가할 수 있느냐 물어온다. 투병중이라서 곤난할 것 같다 하니 그럼 청도작가협회 분이니 회장님께 사람을 파견해서 상금과 상장을 받아가란다. 얼싸 좋아서 춤을 추며 회장님께 부탁 드렸더니 직접 가서 받아오겠단다.

사십년간 문단을 어슬렁거리며 시를 쓴답시고 헤매다가 시 같은 시 한수만 써내면 평생 원을 풀겠다던 오랜 꿈을 이제 드디여 이루었다. 래일 빠이빠이 부르며 떠난대도 꽃처럼 웃으며 나비처럼 춤을 추며 날 듯이 갈 것 같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2020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