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며느리 □ 김철우

2022-06-24 08:54:34

둘째 며느리가 애 하나 달랑 남겨놓고 다른 남자를 따라 가만히 한국으로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둘째 아들이 많이 힘들어 하면서 생활의 신심마저 잃었을 때였다.

청도의 한족 처녀애가 둘째 아들이랑 한동안 가깝게 지내다가 일년 후 드디여 결혼하게 되였다. 둘째 아들이 다행히 방황에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 온 일이 반갑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통적인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는 한때 심한 마음의 상처로 골머리를 앓았다. 같은 값이면 자기 민족 처녀를 안해로 맞으면 좋으련만 생활습성이며 지어는 결혼식 문화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다른 타민족을 우리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 들인다는 건 실로 쉽지 않은 일이였다. 다른건 다 제쳐놓고 감히 시아버지 앞에서 버릇없이 담배를 꼬나문 며느리를 볼 때면 너무 기가 막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럴 때마다 마누라는 “어쩌겠는가, 지들 둘이 좋다면 가만 놔두어야지.”라고 좋은 말로 달래며  나의 전통 사상을 바꿔놓느라 무진 애를 썼다.

“한족이면 어때요, 아들이 좋다는데 할 수 없이 따라 주어야죠. 어차피 한집에서 같이 살 것도 아니고 어쩌다 일년에 몇번씩 명절에나 만날 건데 참고 지내야죠. 제가 보기엔 인물체격도 그만하면 별로 나무랄 데 없고 서로 말이 통하진 않지만 언행이 너무 눈에 거슬리지 않으니 어차피 동의할 것을 차라리 통쾌히 허락해주고 말자요.”

마누라가 하도 지꿎게 달라붙어 설복하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눈을 감아주기로 했다.

서운함을 금치 못해 억지로 받아들인 탓인지 하는 일마다 눈에 거슬렸지만 애써 참고 그런대로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지내던중이였다.

내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여 죽는다 산다 하며 힘들어 할 때 그가 친딸처럼 어찌나 잘 보살펴 주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며느리를 참 잘 두었다며 칭찬해마지 않자 나의 마음속 얼음이 어느 사이에 봄눈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

나는 둘째 며느리의 고운 심성에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 이젠 볼 때마다 효심이 찰찰 흘러 넘치는, 언제봐도 나무랄 데 없는 며느리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처음엔 부끄러워 친구들 앞에서 한족 며느리란 말을 하지 않던 마누라도 이젠 한족 며느리를 삼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입만 열면 며느리 자랑이다. 명절 때가 되면 친척들이 많이 모여들어 가사일이 부담스럽고 고달프기도 하겠지만 며느리는 힘들다는 내색 한번 내지 않고 빨래며 설겆이며 사소한 일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 솔직히 점심을 사들고 온 천하를 다 돌아 다녀도 두번 다시 얻지 못할 손색없는 며느리이다. 달마다 생활비를 넉넉히 보내주고도 모자라 옷을 사서 우편으로 부쳐보내기도 한다.

“너무 그러지 마오. 맏며느리 체면도 더러 봐주어야지.”

큰며느리가 밉지 않은 눈길을 흘기며  진담 반 롱담 반으로 이야기 할 때면 둘째 며느리도 넉살좋게 웃으며 받아넘긴다. 친자매처럼 무랍없이 지내며 서로 잘 어울리는 두 며느리가 참으로 보기가 좋다. 많지 않은 식솔에 늘 다투기나 하면 얼마나 소란스러울가.

  최근년에 와서 우리 주변에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로인협회에만 해도 한족 사위, 한족 며느리를 삼은 집이 여럿이다. 시대의 발전이랄가, 순 토종을 자랑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조선족도 여느 민족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에 발 맞추어 새로운 관념으로 현실에 적응하며 다문화가정의 매력을 순리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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