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향한 다양한 시선 □ 정은봉

2023-09-22 09:12:36

3월부터 독서모임에 다니기 시작했다. 왜 다니게 되였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그냥 다니기 시작했다. 인맥 만들려고? 뭔가를 배우려고?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외로워서? 전부 아니다. 그 정도의 필요성도 외로움도 못 느꼈고 력량도 능력도 안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후배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시장조사 나가는 거지?”

또 다른 후배의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끝내는 미쳤구나!”

한달을 사이두고 두곳을 시작했다. 3월에 시작한 곳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다. 뉴 에이지 책을 읽는데 돌아가면서 몇페지 랑독하고 본인들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분노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본인이 겪었던 분노와 관계된 이야기를, 사랑에 관한 구절이 나오면 사랑과 관련되는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다. 얼핏 잡담모임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책의 주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카메론’ 식이다. 도시에 퍼지는 전염병을 피해 시골별장에서 선남선녀 10명이 매일 특정주제를 선정하여 이야기를 하는… 그러다 보니 순수 지식의 습득 같은 것은 별로 없다. 대신 사람 냄새가 많이 난다. 단 나에게 부작용이 있다면 끝나고 돌아오면 항상 겸허함의 부족과 함께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겸허함의 부족을 느끼는 것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의 로련함과 그들의 지혜로운 대처방식에 대한 존경일 것이고 자책은 내가 아는 것이 더 많다는 데서 비롯된 경박한 행동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내가 굳이 그 말을 왜 했을가?”

끝나고 오는 길이면 항상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한달 정도 늦게 4월 말일부터 시작한 모임은 젊은이들이 많다. 미리 선정한 책을 각자 읽고 2~3주정도에 한번씩 만나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젊은이들이 많은 관계로 배움에 초점을 맞춘다. 처음 참가했을 때 활발한 대화들이 오가는데 많이 놀랐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젊은 세대의 새로운 기상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다루는 깊이에 의문이 생겼다. 지식의 련계성은 그렇다 쳐도 겉치레로 책장을 넘기는 경우도 보였다.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면 그만인데 성향이 오지라퍼라 기어이 건의를 내고 말았다.

“표면에 그치는 모임보다는 학교에서 학생 서로가 강의하면서 진도나 깊이를 구축하는 학습 그룹에 가까운 모임으로의 전환”을 건의하였다. 거기에 합리성과 급진성을 강조하기 위해 “누군가의 지적 허영심 만족이나 귀동냥을 위한 둘러리가 되기 싫다.”는 뜻도 분명히 하였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간 사람들의 독서 목적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간 전자책을 공유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독서의 목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였다. 누구는 “원래 그런거 아닌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항상 늦다. 정말 처음으로 알았다. 언제부터 나의 유일한 독서 목적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지식의 련계성을 구축하면서 저 거대한 코끼리를 차츰 알아가는 것”이였다. 전래동화로부터 시작하여 인문학과 사회학을 베이스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렵기만한 수학, 화학, 물리, 컴퓨터공학, 천문학에 신비학, 종교까지 최대한 많은 분야를 접하면서 련계성으로 완성된 하나의 통일리론이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의 적용을 위한 독서나 돈이나 자기계발서, 독서를 생계의 밑거름으로 전환하는 행위는 독서도 아니고 감정을 호소하는 작품은 유치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현실은 너무 달랐고 늘 그랬듯이 내 생각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소설을 배제하는, 소설만 읽는, 심리학만 읽는, 베스트셀러에 현혹되는, 자기계발만 읽는, 기초는 됐고 실용적인 것만 읽겠다는, 독서 또는 독서모임을 본인의 심적 안정이나 허영심의 표출 등 시선은 다양했다. 현재도 이 같은 독서는 언젠가 수정되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독서를 바라보는 확연히 다른 시선과 그들의 합리성을 알게 되였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였다. 아울러 나의 의식체계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형성되였고 그 체계는 과연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의문도 생겼다.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어떤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독서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시선에 내 생각을 타협하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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