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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솥 원리 그대로 옮긴 전기압력밥솥

  • 2017-07-25 16:48:30

솥은 취사 용구의 하나로 주로 무쇠를 사용했으며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있다.

솥의 재질은 토기, 청동을 거쳐 쇠를 주재료로 하였다. 토기는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고 청동 또한 불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쇠는 견고함, 내구성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스테인리스(철과 크롬이 주성분이고 니켈 등이 첨가된 합금), 알루미늄 등의 신소재가 출현하기 전까지 꾸준히 사용돼왔다.

솥에 다리가 없는 것은 부(釜), 다리가 있는 것을 정(鼎)이라 구분하고 있다.

솥은 이사할 때 가장 먼저 옮기는 1순위 안에 드는 생필품이였다. 전란 중에도 솥을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피난길에 나설 정도였다. 가까이에 있고 자주 쓰다 보니 어느새 솥은 물과 공기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밥이 보약’, ‘상차림이 부실해도 맛갈나는 밥 한 그릇이면 족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밥 한 사발에도 이토록 민감한 미감을 가진 민족의 입맛을 오늘날까지 지켜온 비밀의 열쇠는 바로 밥솥에 있다. 가마솥 밥맛이 좋은 리유는 솥뚜껑 무게와 바닥 두께와 밀접히 관련된다.

솥은 쇠로 만들기 때문에 쇠에 대한 리해와 경험없이 량질의 솥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겨레는 오래 전부터 뛰여난 주조 기술과 제작 경험을 축적해 왔다.

솥뚜껑은 무게가 무거워 온도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며 내부 압력을 높여 높은 온도를 유지시킨다. 불로 가열할 때 솥 안의 공기가 팽창됨과 아울러 물이 수증기로 변하게 된다. 뚜껑이 무거우면 수증기가 덜 빠져나가기때문에 내부 압력이 올라간다. 압력이 높아지면 물의 비등점이 올라가 밥이 100도 이상에서 지어져 낮은 온도에서보다 더 잘 익게 되고 따라서 밥맛이 좋아진다.



쌀이 잘 익으려면 대기압(1기압) 이상의 압력이 필요하다. 밥을 지을 때 솥 안의 공기와 수증기가 빠져나가 ‘김이 새면’ 설익게 된다. 전통 가마솥 뚜껑 무게는 솥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데 이러한 원리를 전기압력밥솥이 그대로 적용했다. 여기에 압력 조절 장치를 달아 일정 압력(2기압) 이상이 되면 기체 배출구를 통해 내부 기체가 빠져나오도록 설계됐다.

또한 가마솥은 밑바닥이 둥그렇기 때문에 열이 립체적으로 전해진다. 바닥의 두께가 부위별로 다른 점도 한몫을 한다. 대부분의 가마솥에서 불에 먼저 닿는 부분을 두껍게 하고 가장자리 부분을 얇게 만들어 열을 고르게 전달시킨다. 열전도률을 훌륭하게 적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가마솥의 원리를 현대 과학과 접목한 것이 바로 전기압력밥솥이다. 전기압력밥솥의 기술도 점점 진화되고 있다. 전기압력밥솥은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 밑바닥만 가열하는 열판식이여서 한번에 많은 량을 지을 경우 층층밥이 되곤 했다. 그래서 가마솥처럼 립체적으로 열을 가하기 위한 통가열식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했다.

통가열식은 밥솥 둘레 내부에 구리 코일이 감겨 있고 여기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변화돼 무수한 2차 전류(유도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전류가 밥솥의 전기 저항으로 인해 뜨거운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장작불 대신 전류를 이용한다 해서 ‘불꽃 없는 불’이라 불리는데 사방에서 열이 전달되면서 쌀이 구석구석 잘 익는다.

취사 속도가 빠를수록 영양분 파괴가 적기 때문에 최근에는 취사 시간을 9분대로 줄인 제품도 출시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밥솥의 측면 화력을 두 배 이상 향상시켜 밥의 단맛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열전도률을 높이기 위해 내솥의 바깥부분을 금이나 구리로 얇게 입히기도 한다. 솥의 주요 재질인 스테인리스강은 열전도률이 낮아서 쌀에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느린 반면 구리는 12배, 금은 9배 정도 스테인리스강보다 열전도률이 높다. 단, 도금이 지나치게 두꺼울 경우 코일의 전류가 내솥까지 닿지 못해서 가열이 잘 안 되므로 얇게 도금을 입혀야 한다.

첨단 과학으로 만들었다는 전기밥솥 역시 가마솥의 원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겨레의 과학 슬기는 첨단 과학을 뒤받침하는 버팀목으로 응용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속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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