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네월아…’ 느긋느긋 추억의 기차려행

2018-10-18 09:11:00

심양철도국 길림려객운수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4343/4344편 렬차는 현재 도문-길림 구간의 유일한 ‘록피기차’(일반렬차, 속칭 완행렬차)이다. 내연기관차에 총 5개의 렬차바곤을 달고 설계 시속 110킬로메터, 실제 시속은 80킬로메터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이 렬차는 연선 19개 역에 정차하며 고속렬차로 2시간이면 가능한 거리를 8시간 반 동안 주행한다.

16일, 굳이 연길역에 찾아가 이 렬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에어컨 대신 렬차바곤에서 피여나는 소소한 일상에 훈훈함을 느꼈고 덜커덩거리는 승차감 대신 작은 승강장까지 정차하는 ‘오지랖’에 따뜻함을 느꼈다.


◆필림 감기듯 차창으로 흐르는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

플래트홈에서 렬차에 탑승하려는 순간 확 풍겨오는 디젤유 냄새, 안전벨트가 순간적으로 그리워지는 출발할 때마다 느끼는 덜커덩거림, 길목을 지날 때마다 ‘뽕-’ 울려주는 기적소리, 잠금장치를 ‘열림’으로 돌리고 우로 밀면 창문이 열리며 내는 유리마찰 소리까지…가을 완행렬차는 탑승 내내 감성자극의 련속이였다.

게다가 필림 감기듯 차창으로 흐르는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은 덤, 눈 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 누렇게 말라가는 산비탈에 가끔씩 나타나는 노란빛이 절정으로 타오르는 락엽송숲을 바라보며, 탁자에 부서지는 해살을 그대로 맞으며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볼 수 있는 시간이다.

◆‘완행렬차’ 속 소소한 일상

렬차엔 예상보다 탑승객이 많았다. 2인석, 3인석 할 것 없이 거의 한명씩은 탑승하고 있었으니 스무명은 훌쩍 넘어보였다. 정원이 178명인데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인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농사일 거들러 길림으로 돌아간다는 몸무게 150킬로그람 거구의 청년, 길림시에 일하러 간다는 안휘사람 4명, 연길 친척집에 머물다 할바령으로 돌아가는 로부부 한쌍…탑승객이 적어서인지, 주행시간이 길어서인지 서로서로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서도 붙임성이 가장 돋보였던 사람은 렬차원이였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왕현령씨, 탑승객들 한명한명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왕현령씨는 4344편 렬차는 1963년부터 50년간 안전운행했고 지금의 ‘록피기차’로 바뀐 건 10여년에 불과, 그전엔 구리 창틀에 목조 내벽의 일본군이 남긴 렬차를 사용했다는 이 렬차편에 깃든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4344편이 달리는 이 철도에도 곧 전기선이 깔리게 되며 그때가 되면 렬차가 전기렬차로 바뀌고 에어컨도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선에 깔린 100년 기차역

4344편 렬차 연선에는 지난 세기 20~30년대에 건설되여 거의 그 모습 그대로 간직된 4등역과 승강장 포함 12개의 기차역이 있다.

그중 유수천역, 조양천역, 할바령역, 소고가역은 정차하는 렬차가 4344/4343편이 전부이다. 정차할 때마다 내려 기억 속 북적거리는 역이 아닌 인적 드문 이런 아담한 기차역의 나름 운치 있는 모습을 눈에 담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추억이 돼줄 것이다. 물론 탑승시기는 눈치껏 맞춰야 한다. 아무리 느긋한 렬차라도 발차시간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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