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군이라는 신분이 자랑스럽다”
제1회 벼짚예술제 기획자 왕박

2019-12-13 09:16:21



시골의 논밭 한가운데 벼짚으로 동물과 사람 등을 본따 만든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왕청현 배초구진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색적인 ‘벼짚예술제’의 장면이다.

‘어떤 계기로 이런 전시회가 열리게 됐을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8일 예술제의 현장인 배초구진 서성촌을 찾은 기자는 이 모든 기획과 제작이 어느 부문이나 업체가 아니라 한 젊은 촌민이 구상하고 설계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한번 놀랐다. 훤칠한 체격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저는 그냥 평범한 농사군인걸요.” 라고 말하는 이 89년생 청년이 바로 ‘벼짚예술제’의 총기획자이자 ‘평범하지 않은 농사군’ 왕박이였다.



고향이 배초구진인 왕박은 14살 때 가족과 함께 북경으로 이사가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2017년 고향에 돌아온 그는 서성촌에 있는 2만여평방메터의 밭을 임대맡고 유기농쌀을 재배하는 귀향창업가로 변신했다. 그해 가을, 황금이삭을 수확하는 기쁨과 함께 그는 한가지 고민에 봉착했다. 정부의 ‘짚대 소각 금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짚대를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단순 처리보다는 재활용 쪽으로 고민을 하던중 인터넷을 통해 일본 등 국가에서는 벼짚을 예술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벼짚조형물들을 만들어 전시하면 색다른 볼거리를 원하는 도시 관광객들을 흡인해 한적한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왕박은 배초구진정부를 찾아가 이 생각을 털어놓았고 진정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벼짚공예 전문가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자 왕박은 스스로 기술을 습득하리라 결심하고 인터넷자료를 샅샅이 훑으며 직접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지만 ‘해내고야 만다’는 집념 하나로 이악스레 견지했더니 하나 둘씩 완성품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의 일손을 도우려는 촌민도 16명이 생겼다. 그로부터 1년 후, 왕박은 그동안 제작한 300여점의 크고 작은 벼짚공예품들중 잘 만든 작품들을 골라 탁 트인 벌판에 전시하고 관련 부문으로부터 올해 11월 9일부터 래년 2월 9일까지 작품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 주 사상 첫번째 ‘벼짚예술제’는 개막 첫날부터 1700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날카로운 쌍니를 드러낸 거대한 검치호(剑齿虎), 애틋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두마리의 고니, 여유롭게 소등에 앉아 피리를 부는 목동, 붉은 허리띠를 두르고 농사제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 눈앞에 펼쳐진 진기한 장면과 이 조형물들이 모두 벼짚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관광객들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소문을 듣고 룡정비암산관광개발유한회사와 같은 주내 대형 관광기업들이 찾아와 합작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왕박은 “정확한 집계는 해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 1만여명 정도가 다녀간 것 같다.”며 보수적인 수자를 제시했지만 실제로 모바일앱 ‘틱톡’에 올린 예술제 영상은 현재 56만명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뜨겁고 벼짚공예품 감상외에 벼짚미궁, 활쏘기, 벼짚공예제작 등 체험도 가능한 예술제 현장에는 주말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작품마다 촌의 화합과 발전의 의미를 담아 정성스레 만든 만큼 부디 관광업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왕박의 소원이 현실로 된 것이다.



그러나 왕박은 “이번 예술제를 통해 향후 우리 주 겨울철 관광시장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기자에게 고백했다. 그에 따르면 래년의 제2회 ‘벼짚예술제’는 배초구진보다 교통이 더 편리한 연길시 주변에 장소를 마련하고 규모를 현재의 4배로 확장하고 10메터 높이의 초대형 작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겨울철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변의 농촌문화, 조선족 전통문화, 벼짚제작문화 등 문화적인 요소도 추가시킬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관리일군도 많이 필요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되고 우리 주 ‘향촌관광’의 리념과도 발폭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면서도 “농사군이라는 신분이 자랑스럽다.”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 왕박의 모습, 이것이 바로 그의 특별한 도전과 꿈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야 하는 리유가 아닐가.

글·사진 리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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