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도 리모델링, 새집 부럽지 않아

2019-12-24 09:17:22

“지은 지 20년에 가까운 집이라 군데군데 낡아 남들 눈에는 허름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담겨있는 너무나 따뜻한 집입니다.”

연변1중 부근의 학원소구역에 살고 있는 정모(58세)씨는 올봄에 집장식에 나섰다. 올가을에 치를 아이의 결혼식에 맞춰 그는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3개월에 걸쳐 새롭게 탄생한 집은 너무나도 환해졌다. 예술을 사랑하는 정모씨는 18년 전 이 집에 처음 이사할 때에도 집장식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보금자리 같은 이곳에서 아이는 애정을 듬뿍 먹고 자라 어느덧 시집까지 가게 된 것이다.

“학교 동네라 분위기가 차거울 것 같지만 여긴 안 그래요. 가족 같은 동네입니다. 오래된 집이라 누구나 멀리할 것 같지만 비슷한 시기에 이사 온 사람들 가운데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둥지를 틀고 눌러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곳을 떠나 새집으로 옮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편하고 행복했을 때가 이곳에 살고 있었을 때라고 합니다.” 정모씨는 오래된 집에 마음을 빼앗긴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마음을 잡고 살아보니 꼭 새집에 들어가 살아야만 즐거운 건 아니더라구요. 예전에 한창 아이들이 커갈 때에는 들뜬 마음으로 새집에 더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편안하고 오래된 집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연변대학 부근에 살고 있는 리모(70세)는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고 말한다. 오누이를 훌륭히 키워 이 집에서 시집장가를 보냈다는 그는 오래전부터 새집을 살 마음으로 여러번 고민했지만 최종적으로 정이 듬뿍 배인, 20년을 넘긴 오래된 집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진작부터 새집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요. 남매를 키우면서 자녀교육 문제도 그렇고 직장을 다니기에 편한 이곳이 좋더라구요. 집은 낡았지만 생각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몇년 전에 다시 집을 수선하여 한집에서 두번 새집으로 이사한 느낌이 듭니다. 나이가 든 지금 보면 아무튼 잘된 선택이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편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쭉쭉 뻗은 친구네 아빠트단지에 놀러 갈 때마다 그곳 분위기에 빠집니다. 하지만 새집에서 놀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왜 그리 좋은지, 비록 살고 있는 집이 모양새가 새집과 비교할 수 없지만 집에 오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입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집이 있어도 두 발을 쭉 뻗고 잘 수 있게 따뜻하게 반겨주는 내 집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얼마 전에 사업단위에서 퇴직한 한모(60세)는 5년 전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집 욕심이 생겨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대출까지 받아 새집을 장만하려다 셈법을 따져보고는 아쉬운 대로 그냥 새집 꿈을 접었다.

“이사하셨다면서요? 새집도 아닌 낡은 집으로요. 그집과 보통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한동안 친구들에게서 이런 ‘놀림’을 받아도 리모는 적은 비용으로 ‘새집’에 들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할 뿐만 아니라 수중의 목돈도 지킬 수 있어 내심 행복하다고 한다.

“오래된 집이라 모든 것이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지요. 살아보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새집은 단정하고 매끈하지만 오래된 집은 아름다운 기억들이 하나하나 꽂혀있는 곳입니다. 새집이 좋으냐 오래된 집이 좋으냐? 집은 그런 문제가 당연히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담스러운 이사보다 기존에 살던 집을 작은 비용을 들여 새롭게 리모델링해 살고 싶은 집으로 다시 꾸미면 그것도 나쁠 것 없습니다. 내가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집에서 살면 삶이 풍요로워지지만 새집이라도 선택을 잘못하면 두고두고 골치거리가 됩니다.”

연길시의 홈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채화씨는 사람들은 새집에 대한 열망못지 않게 오랜된 집에 대한 애착도 크다며 새집에 이사할 때에는 나름 심사숙고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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