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투자’보다 ‘거주’의 개념으로
주거문화의 변화가 다가온다

2020-03-17 10:07:05

“부모 세대는 집값이 꾸준히 오르던 시절이라 집을 투자수단과 같은 경제적 목적으로 인식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젊은 세대는 집을 사기도 어렵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집을 재산이 아닌 거주 리용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근간에 집을 ‘소유’, ‘투자’보다는 ‘거주’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가 하면 기성세대들도 내 집 마련에서 무리한 선택을 멀리하고 있다.

3년 전, 결혼생활을 시작한 서모 씨(35) 부부는 연길시 하남시장부근의 발해소구역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모아 둔 돈이 얼마 없어서 80평방메터의 작은 집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신혼집으로 이사한 첫날 서씨는 미안함에 절로 눈물이 났지만 안해는“조금씩 집을 넓혀가는 게 더 재밌을 것”이라며 그를 위로했다.

“실제로 조금만 무리하면 큰집을 살 형편이 되지만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굳이 큰집으로 이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삼꽃시장 부근의 같은 동네 옆단지로 이사한 박모씨(58세)는 1993년 난생처음으로 아빠트에 입주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1987년에 결혼한 박씨는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월세가 50원이 되는 세집이라 그때만 하여도 다소 비싼편이였지만 집은 작아도 깨끗하고 좋았다. 그 당시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백원도 안되여 늘 쪼들렸지만 그래도 견뎌냈다. 그렇게 연길시에서 5년 동안 월세집을 전전했다. 변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1993년에 단위에서 아빠트를 분배받아서부터였다. 5년 동안 세방살이만 전전하면서 집주인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박모씨는 어엿한 아빠트를 갖게 된 후 “부모님이 얼마나 좋으셨던지 평생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고 연신 말씀하셨습니다. 집안의 경사였습니다.”라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

그때 박모씨가 분배받은 아빠트는 50평방메터밖에 안되는 집이여서 딸애까지 키우느라 불편도 많았지만 세집살이를 할 때 집주인에게 주눅이 들군 했던 기억을 되살리면 작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도 행복하기만 했다고 했다. 세방살이는 필연적으로 사람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집주인이 나가라 하지는 않을가 늘 마음을 조여야 했다. 딸애까지 셋이 작은 집에서 살면서 항상 머리속에 담아두고 살았던 큰집에 대한 욕심은 아이가 커서 대학교에 가고 출가를 한 후 이번에 새집에 이사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제까지 작은 집에서 살아왔을라니 자신의 형편에 맞게 사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는 일념으로 부부에게 알맞은 옆동네 90평방메터짜리 집으로 이사를 한것이다.

요즘처럼 집이 우리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일찍 없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아빠트에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집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다. 생활수준을 높여줄 수 있는 여건을 지어주는 가 하면 투자가치를 위해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무리한 대출까지 받으면서 더 크고 더 좋은 집을 챙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내 집’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은 사람의 몸만 아니라 마음을 누이는 곳입니다. 사회에 진출하여 직장인이 되거나 결혼생활을 하면 제일 먼저 할 일 가운데 하나가 내 집 마련입니다. 하지만 집이 담긴 의미가 변하여 한동안 수익을 내는 투자의 대상으로 내몰려 집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우면서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였습니다.” 연길시 홈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채화씨는 집은 앞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가 되였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중장년층 세대가 생존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주’를 통해 자기의 신분을 드러내려고 했다면 사회 초년생들인 젊은 세대는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의와 식을 통해 누리는 삶으로 정체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려행과 외식문화, 소비문화가 발달한 요즘 부모의 도움이 없이 당장 구하기 힘든 집 대신에 상대적으로 고급 음식, 좋은 옷 등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려 한다.

  “집은 사는 곳입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왕이면 자기가 사는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욕망도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은 사(구매)는 것이 아니라 사(거주)는 곳입니다. 그러자면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여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가 발전한다고 하여 현실을 떠나서 한사코 더 크고 더 좋은 집만 고집하여야 합니까?” 김채화씨는 지금 바로 주거문화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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