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마음 가슴에 새겨넣었어요”
농가소득 증대는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쉽지만은 않다. 더구나 자금도 기술도 없는 빈곤호들이 소득을 올리기란 너무나 벅찬 일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 농촌에서 자신이 터득한 사업 노하우를 아낌없이 빈곤호들에 나눠 주는 온정이 베풀어지고 있어 농촌에 생기를 주고 농민들의 수입향상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편집자

2020-09-17 08:50:35

동대촌에 살고 있는 빈곤호 왕아청(오른쪽 사람)은 방자산 산자락에서 옥수수밭 거위사양을 하고 있다. 지금 왕아청의 ‘농가거위알’은 시장에서 ‘건강하게 키운 거위 알’로 소문놓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초가을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날 한무리의 하얀 거위떼들이 날개짓하며 옥수수밭으로 향했다. 왕청현 대흥구진 동대촌의 빈곤호 왕아청 부부가 사양하는 600마리 거위는 매일과 같이 아침 6~7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옥수수밭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다.

왕아청 부부는 동대촌 방자산 자락에서 지난해부터 13헥타르의 옥수수밭에 림시거처를 잡고 9월말까지 옥수수밭에 거위를 사양한다. 8월 중순까지 이미 거위알을 팔아 8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9월말까지 살이 오른 거위를 팔면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 않은 12만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왕아청 부부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행복의 미소가 피여있다.

거위사양에 2년 차가 되는 왕아청 부부는 아직도 거위사양에 서툴지만 든든한 일감이 생겨 여태 느껴본 적 없는 보람을 맛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황금거위’를 기르는 마음이여서 지금의 삶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참 기쁘죠. 하지만 실감 안 나요.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신기하기만 해요.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손에 잡히는 일은 무엇이든 다 했지만 손에 돈이 잠기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을 수 없어요.”

빈곤호인 왕아청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고비를 겪었다. 네 식구가 발버둥치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데다 병치레와 양육비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 보니 항상 어려운 살림에 쪼들려왔다.

지난해에 왕아청의 가정을 위기에서 재기할 수 있게 이끌어주고 용기를 준 고마운 분이 있었다. 한마을에 사는 최광수 주임이 그들이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게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최광수 주임은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가 고민하던중 인터넷에서 거위사양을 보고 이 사업을 고안해냈다.

동대촌촌민위원회의 최광수 주임은 마을의 140헥타르의 밭을 부치며 규모농사를 짓고 있는 가정농장주이다. 그는 2016년에 왕청현광동재배업가정농장을 세웠다. 토지류전과 집약화 경영의 방식으로 동대촌의 87세대 농민들과 토지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과학적이고 규모화한 농사방법으로 신형 농촌 및 농업의 발전방향과 출로를 제시해주고 있다. 경작지가 한데 모이고 집중되니 농사짓기 편리하고 관리하기도 좋아 수입도 좋았다. 그는 토지임대로 한해 농민들에게 돌리는 금액만 32만원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로력이 있는 마을 빈곤호들은 그의 농장에 와서 일하는 것으로 수입을 늘이기도 한다.

“농민이 치부하려면 농업생산에서 과거의 재래식 농사에만 의거하지 말고 부단히 새롭고 과학적이며 효과성이 있는 치부항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촌이 페쇄적이여서 무엇보다 활기를 찾는 일이 중요하며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시급합니다.”

이런 생각에서 최광수 주임은 가정농장에서 일하는 촌민들을 위해 옥수수밭에서 거위를 사양하는 새로운 재배양식법을 과감히 도입했다. 거위들은 어릴 때부터 옥수수밭에 넣어 키우면 먹성이 좋기에 옥수수밭의 풀을 모두 뜯어먹으며 자라고 거위 배설물은 또 옥수수의 생장에 유리하여 자연생태적인 농사를 형성한다. 거위가 1년이면 10근 이상 커서 마리당 100원 넘게 팔 수 있는데 지난해 13헥타르의 옥수수밭에 1800마리가 넘는 게사니를 키워 근 2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였다. 최광수 주임은 옥수수밭 거위사양에서 나오는 수입을 모두 빈곤호들에 돌렸다. 이런 가정농장에 왕아청 부부가 들어갔다.

거위사양은 왕아청 부부의 삶을 바꿔놓았다. 매일 아침 우리에 있는 600마리의 거위들이 긴 목을 빼들고 일시에 옥수수밭으로 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들이 사양하는 거위알은 전량시장에서 판매되는데 ‘건강하게 키운 거위’라며 한알에 5원씩 잘 팔려나간다.

“지금 생활은 참 근사합니다. 그렇지만 2년 전만 해도 가난에서 헤여나오지 못했답니다. 명년이면 무럭무럭 자란 옥수수밭에 더 많은 거위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거위사양으로 희망을 가지게 되여 참 행복합니다”

구름 한점 없는 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왕아청 부부는 맑고 푸른 방자산 보면서 함께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글·사진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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