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딱지 떼고 촌의 치부 선줄군으로
룡정시 지신진 명동촌 염소 사육농가 주인 류하

2020-09-29 0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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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이 막 지난 요즘 밤이 낮보다 길고 새벽과 해질녘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때는 가을 수확을 앞둔 농가들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룡정시 지신진 명동촌의 염소 사육호인 류하(60세)의 하루는 동이 트기 전부터 시작된다.

24일 새벽 4시, 류하는 어김없이 염소우리의 빗장을 열고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새끼염소에게 먹일 우유를 데우고 200마리 안팎의 염소떼를 마을 뒤산으로 내몰았다. 집 안팎과 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서 염소를 우리에 가뒀다가 오후 3시쯤 다시 염소떼를 방목하고 나면 허리쉼 한번 할 틈이 없다.

방목 사육하면 염소가 산과 들에서 먹이를 찾아먹기에 사육원가를 절감하고 육질을 높일 수 있지만 산에서 길을 잃거나 사냥군이 놓은 덫에 상할가 봐 내내 살피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명동촌 토박이 농군인 류하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려는 일념으로 지난 2013년부터 고라니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육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사육원가를 남보다 많이 들인 데다 시장정보를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판로를 놓치다 보니 수입은 고사하고 수만원에 달하는 빚만 걸머쥐게 됐다. 부부는 궁여지책으로  새끼고라니에게 젖을 먹일 요량으로 키웠던 3마리 염소를 번식시켜 새끼염소를 팔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모지름을 써도 거듭되는 실패로 이들 부부가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갈 무렵, 명동촌 촌지부 서기인 류원동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금은 걱정 말고 우선 사육기술을 잘 장악하세요.” 호언장담으로 흘러들은 류서기의 언약은 실제로 구현됐다.

며칠 후, 류서기는 류하 부부를 자기의 자가용에 태워 룡정 시가지를 오가면서 무리자, 저리자 대출을 알아보고 이들이 4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선뜻 개인 자산을 담보로 내놓았다.

“이렇게까지 도움을 준 류서기와 촌지도부에 실망을 안길 수 없었습니다.” 재기를 결심한 부부는 불철주야로 우리에 매달려 염소의 성장특성을 파악하고 가축 사육 관련 도서를 탐독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염소사육 방식을 터득했다. 덕분에 사육규모가 가장 클 때 염소가 근 500마리에 달했다.

그즈음, 사육규모가 부단히 증가되면서 판로해결이 류하 부부의 급선무로 떠오르자 류서기를 비롯한 촌지도부에서 다시 두 팔을 걷었다.

“고마움을 말로 다할 수 없지요. 당시 류서기는 도처에 수소문하여 염소를 요구하는 지역의 기업을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당시를 회억하는 류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거기에 방목사양으로 육질과 약용가치가 뒤받침 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차츰 흑룡강, 산동 등지로부터 광서까지 판로를 넓힐 수 있었다.

현재 흰염소는 킬로그람당 32원, 흑염소는 44원가량에 거래되는데 류하네는 매년 염소사육과 옥수수재배로 근 30만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부부는 또 12명의 촌민을 장, 단기공으로 고용하여 이들이 농한기에 인당 5000원가량의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칫 ‘빈곤호’ 반렬에 들어설 번했던 류하 부부는 촌의 ‘치부 선줄군’으로의 화려한 변신을 실현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워지니 삶에 대한 열망도 자꾸만 커져간다. 올해 농용 지게차를 교체한 데 이어 시가지에 있는 아들에게 자가용을 마련해주고 촌에서 ‘깨끗한 집’으로 평의된 칭호에 걸맞게 집 외벽을 다시 손볼 계획이다.

저녁 무렵, 염소떼를 다시 우리에 가두는 류하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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