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마당이 있어 더 행복한 시골집
해살과 바람, 돌과 나무 이웃과 함께 하는 소통 공간

2020-12-22 08:41:43

마당에 서서 보는 하늘이 시원하게 느껴진다.봄이면 각종 나물들이 마당에서 생기를 드러내고 각종 남새들이 시름없이 자라고 있다.

지난 2일, 룡정시 백금향 백금촌 금호툰에 들어서니 첫인상부터 한눈에 반할 만큼 마을이 사뭇 정겨웠다.

길을 사이에 두고 쭉 들어선 나지막한 기와집들이 텔레비죤에서 자주 보아온 낯익은 풍경처럼 다가온 가운데 집과 집 사이로 난 어른 키 정도 될 듯 말듯한 담장너머로 마당 안이 은근히 들여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찾아간 집은 단순하지만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집이다. 반듯하게 정리되여있는 마당 안은 모양과 색갈이 각이한 돌들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어 넉넉한 행복감을 주었다. 바로 이곳에 몇년 전 연길시에서 귀촌한 후배가 살고 있다. 3년 전 문득 이곳에 내려와 마당을 가꾸고 강에 나가 수석의 재미를 느끼며 작품을 쓰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중이다. 약간은 삶에 찌들어가면서 완고해지기 시작하는 50대 초반에 들어선 후배는 숨은 취미가 있었다. 작고 소박한 돌덩이라도 주어다 손으로 마당에 일일이 옮겨놓는다. 약간 투박하면서 소박한 돌들은 정교함은 떨어지고 있지만 아름답다. 마당 곳곳에서 주인의 손길을 탄 돌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피워내고 있어 마당에 웃음을 준다.

200평방메터 남짓한 집마당은 담장도 낮고 대문도 낮다. 적당히 안정감을 주는 낮은 담장으로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낮이면 해볕이 꽉 차있고 밤이면 태양광조명등으로 안마당이 밝혀져 백금촌에서도 은근히 인기가 있다.

마당에 서서 보는 하늘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봄이면 각종 나무들이 마당에서 생기를 드러내고 남새들이 시름없이 자라고 있다.

“봄부터 정말 재미있어요. 어설픈 농사지만 생명이란 씨를 뿌리고 여름동안 애써 가꾸고 기대하고 정말 제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많아 신납니다. 금방 뜯어온 남새로 푸짐한 상을 차린다고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후배는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서 간혹 일보러 시내에 갔다가도 바쁜 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는데 마당에 들어서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저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락원 같은 동네에서 살 수 있어서 이곳을 다녀간 사람마다 다들 동네가 좋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살아보면 그날이 그날 같아보이고 불편함도 있지만 다른 기쁨이 커서 만족합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어 인생의 좌절, 무력감, 상실감, 심적 압박을 잊게 합니다.”

낮에는 농부(마당지기로)로 저녁에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후배는 백금촌이 좋아 찾아왔고 마당이 좋아 찾아왔다. 처음부터 이곳에 정착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그는 그동안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시골은 외롭고 고달프다고 넌지시 귀띔하는 사람도 주위에 없지 않았다. 생소한 곳이라 습관상 맞지 않을 거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많았다. 그것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농촌에 안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며 좋은 사람들이 모여 가꿔갈 농촌이니 잘될 것이라 굳게 믿고 결론을 냈다.

걱정도 분주함도 소란함도 멈춰 선 그 마당에서 한여름이면 찾아주는 맘 맞고 뜻 맞는 선배, 동기, 후배들과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바베큐 파티도 꽤나 하고 있다. 집 바로 동쪽에 나란히 붙어있는 야외화식장은 좁긴 하지만 어른 10여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찬바람이 쓸고 지나갈 때 이곳은 항상 포근하다. 그리고 더 대담하게 집을 변신시켰다. 야외화식장 뒤에 언제든지 뽀송뽀송하게 말라있는 욕실을 들여놓았다. 마당에서 고된 일을 하고 난 후에는 언제든지 이곳에서 청량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이제 겨우 3년을 넘겼는데 후배는 농가일에서 박사가 다 됐다. 고추와 가지는 어떻게 심어야 하고 상추는 어떻게 따야 하며 줄당콩은 어떻게 넌출을 주어야 하는지 훤하다. 여기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몸이 이처럼 단단해지지 않았을 것이며 이처럼 부지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여름이면 불빛을 찾아 여치나 하늘소가 찾아드는 마당은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정겹습니다. 밤이면 풀벌레, 산새 소리와 개 짖는 소리외에는 소음이 없습니다.”

아침에 운동삼아 산책을 하러 마당에 나서면 그 푸르름과 여유로운 마당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마당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돌보는 소소한 일상이 그렇게 정겹다고 하는 후배는 마당을 정겹게 꾸리기까지는 토질, 관수 배수와 같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고려까지 하면 아직도 몇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을도 충분히 눈부시다는 것을 알게 되였고 겨울의 따스한 구들방도 알게 되였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직도 더 많이 알아가는중이예요.” 덕분에 마당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는 후배는 생의 최고의 선물이 나의 손을 잡고 있다며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우리 집 마당이 봄과 함께 다시 꽃이 활짝 피여날 거라는 사실을 믿고 있다며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작은 마당, 작은 집에서 헛바람 들지 않고 자연의 풍경을 넉넉하게 느끼며 살고 싶다고 한다.

  


글·사진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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