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 구하고 ‘잘린’ 함장에 마지막 경의

2020-04-05 08:56:23

"캡틴 크로지어! 캡틴 크로지어!"

왼쪽 어깨에 가방을 들쳐메고 배에서 내리는 남자의 등 뒤로 수백 명은 족히 될 법한 이들이 손뼉을 치며 이름을 연호한다. 


함성은 그가 미리 대기 중이던 자동차에 오를 때까지 계속된다. 남자는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괌에 입항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에서 5천 승조원의 목숨을 구하려 상부에 간곡한 서한을 보냈던 함장이 도리어 경질돼 하선하자 너나없이 배웅에 나서 감사를 표한 것이다. 


승조원 수백명의 배웅을 받은 함장의 이름은 브렛 크로지어다. 그는 지난달 30일 상부에 서한을 보내 "전시가 아니다. 승조원들이 죽을 필요는 없다"며 신속한 대응을 호소했다.


5천명의 승조원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는 항모 특성상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미 적잖은 승조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이기도 했다. 다음날 미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크로지어 함장의 4쪽짜리 서한이 공개됐다.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치솟았고 결국 하루 뒤 하선작전이 개시됐다. 


그러나 2일 날아든 소식은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이었다. 20∼30부의 서한을 상부에 돌리는 등 판단이 극도로 좋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크로지어 함장이 서한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서한이 보도되면서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은 해군이 그가 호소하자 그제야 움직인 것 같은 편견을 조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비판을 예상했으며 경질의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결국 크로지어 함장은 그날로 짐을 챙겨 루스벨트 호를 떠나게 됐다. 승조원들 입장에서는 함장이 징계와 불명예를 무릅쓰고 자신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여길 법한 상황이 된 것이다.


승조원들은 루스벨트 호를 떠나는 함장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집단감염의 위험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 함장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한 셈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국방부 감찰관실에 루스벨트호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해군의 대응과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처드 블루멘털 및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이 주도하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에이미 클로버샤, 카멀라 해리스 등 15명의 상원의원이 동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도 역풍이 불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한 청원 사이트에서는 몇 시간 만에 6만7천여명이 크로지어 함장의 복귀 청원에 서명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경질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크로지어 함장에 대한 경질 결정을 지지한다고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이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경질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린미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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