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존재라고, 그래서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 매일 또는 하루에 시도 때도 없이 거울 앞에 서게 되고 또 자그마한 거울을 가지고 다니면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시를 깔끔하게 단장하며 자기 앞모습을 가꾸는 데 온갖 정성과 신경을 들이고 있다.
특히 경쟁이 치렬한 현대사회는 때로는 외모가 당락을 결정짓기도 한다. 이를테면 회사 면접을 보거나 소개팅, 맞선 자리에서도 그 사람의 실력이나 사람됨됨이나 마음을 잘 읽으려 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가 많은 사람들이 앞모습을 더 잘 꾸미기 위해 부모가 준 자연의 얼굴을 마다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어려서 자립을 못할 때 부모가 머리를 빗겨주고 세수시키며 옷을 입혀주면서 겉모습을 가꿔주지만 우리가 커서 자립을 할 때면 자기 모습을 원래보다 더 아름답게 가꾸려고 미용실이나 성형외과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디 까지나 제한되여있고 날마다 자기 모습을 가꾸는 데는 그래도 본인이 주관이다. 물론 자기 모습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고 옷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것은 자신이 자기 얼굴을 책임지고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자 타인에 대한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고 옷을 깔끔하게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도 모르게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더불어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가꾸며 살고 싶고 저렇게 정갈하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거기에다 얼굴 표정이 밝고 미소까지 찰찰 흐르는 화기로운 얼굴을 보게 되면 보는 사람의 눈도 마음도 즐거워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얼굴을 가꾸지 않고 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게으른 사람, 또는 추한 사람, 또는 추한 로인이라고 인정받게 되고 거기에다 얼굴 표정까지 어둡고 험악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즐거웠던 기분도 마음도 잡치게 된다. 사람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선호하고 추구하고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고 바람직한 자세이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는 앞모습을 아름답게 가꾸는데는 관심과 열정을 쏟지만 뒤모습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듯싶다.
앞모습이 한 사람의 간판이라면 뒤모습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고 인격이고 수양일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것 같지만 누군가의 뒤모습과 누군가의 앞모습은 마치 설걷이를 해 놓은 그릇처럼 포개지기도 한다. 내가 머물던 자리에 누군가가 다시 찾아오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다시 내가 서게 되는 것, 그래서 앞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뒤모습이 아름다움 사람이 더 좋다.
만물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새벽에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뒤모습 너머로 거리의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있다. 해마다 남모르게 가난한 이들을 돕는 따뜻한 손길에는 화려한 앞모습이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없는 뒤모습만 있다. 티 하나 묻지 않은 화사하고 눈부심과 그윽한 꽃과 향기를 내는 것은 진흙 속에 묵묵히 일하는 뿌리이다.
이와 반대로 앞모습이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뒤모습이 흉하고 추한 사람들이 많다. 공공장소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큰소리를 치거나, 문명한 말 듣기 좋은 말도 많지만 굳이 거칠고 상스러운 말을 하거나 지어는 험담과 악담으로 해결을 보려하는 사람들. 아무데서 담배를 피우거나, 저만치 재떨이가 보이지만 꽁초를 아무데나 마구 버리는 사람들. 음식쓰레기와 생활용쓰레기의 지정된 장소가 있지만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리는 사람들. 사기, 협박과 공갈, 절도로 선량한 사람을 해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람들…
며칠 전 집과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하러 갔다가 목격한 사실이다. 몸에 딱 붙는 청바지에 분홍 반팔티를 입고 키도 훤칠하게 쭉 빠지고 얼굴도 화사해서 한송이 꽃이라고 할지 아니면 미스코리아라고 할지 하여튼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정도로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하얀 털의 깜찍한 반려견을 품에 안고 나왔는데 반려견이 그만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길에다 변을 보았다. 공원 곳곳에는 반려견은 반드시 목줄을 해야 하고 변을 보았을 경우 주인이 변을 치워야 한다는 문구를 적은 패말이 세워져있었지만 그 예쁜 아가씨는 변을 치울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는 듯 자기 산책만 즐기고 있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변을 치우라고 말을 하자 그 예쁘던 아가씨 얼굴이 금새 험악한 얼굴로 변하면서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제 쪽에서 목에 피대를 세우고 앙칼진 목소리를 뽑는 것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잠간이나마 그 아가씨의 예쁜 외모에 눈길을 준 것이 후회되였다.
아브라함 링컨은 “나이 마흔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고 했다. 그 뜻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람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자기의 뒤모습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도 포함된 말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앞모습이 오늘을 알리는 게시판이라면 사람의 뒤모습은 현재의 삶을 달아보는 저울이요, 오늘의 마음과 량심, 인격과 수양, 도덕을 재는 자일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앞모습을 아름답게 가꾸어도 뒤모습이 인간으로서의 인격과 도덕적 수양을 갖추지 못했다면 게으른 농부가 가을에 쭉정이 농사를 짓 듯 쭉정이 인생이고 사회와 뭇사람들로부터의 비난과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앞모습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세상의 모든 거울에 자신을 비쳐보면서 뒤모습도 똑같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열심히 가꾸고 다듬고 배우고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가 하는 마음과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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