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랑스 빵

2023-01-16 09:08:59

프랑스의 빵 문화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올 겨울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에너지와 재료 가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빵집들의 페업과 파산이 속출하고 있어서이다. 빵집의 위기와 제빵사들의 분노가 프랑스 정치권의 가장 폭발력 있는 뢰관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 린근에서 27년 동안 빵집 ‘라 부르겔루아즈’를 운영중인 베로니크 카필리에즈는 올해부터 주말에만 빵집 문을 열기로 했다. 견습생과 영업사원도 해고했다. “마을 유일의 빵집이 문을 닫는 것은 마을의 죽음이나 다름없다.”면서 아쉬워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필리에즈는 “지난해 1월 1900유로이던 전기료금이 이번 달 6700유로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 도움 없이는 주말조차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고 공영 라지오방송에서 밝혔다.

충격적인 청구서를 받아든 이는 카필리에즈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북부 도시 크레이의 제빵사 쥘리앵 페뒤셀은 지역 매체 쿠리에 피카르에서 최근 석달간 자신에게 청구된 전기료금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1000유로, 11월 6000유로, 12월 1만 2880유로였다. 지중해 도시 니스의 유명 제빵장인이자 프랑스 료리 유산 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프리데리크 루이는 지난해 11월 780유로이던 월 전기료가 다음달 1만 7514유로로 뛰여올랐다고 트위터에 청구서를 공개했다. 월 전기 사용량은 5000킬로와트시로 비슷했지만, 료금은 10배 이상 뛰였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있어 통상 대목이였던 12월이 이번엔 수많은 제빵사에게 악몽이 됐다.

프랑스에서 전기료금은 가스 가격에 련동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전기료금 인상률에 상한을 뒀지만 사업용 전기에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프랑스의 모든 사업자가 가파른 전기료금 상승에 고통을 겪고 있다. 오븐 때문에 가스 사용량이 많은 빵집은 특히나 에너지 위기의 취약 업종으로 꼽힌다.

에너지외 다른 원료 가격도 크게 올라 제빵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밀가루, 닭알, 버터, 포장재 등 재료 전반의 가격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했다. 밀가루 가격만 해도 지난해 15% 올랐다. 닭알의 경우 조류독감까지 퍼지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련달아 저가 빵을 내놓고 있어 독립 제빵업자들이 밀려나는 상황이였다.

반면 빵 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여론조사기관인 IFO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31%만이 바게트에 1.5유로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바게트는 현재 1.2~1.3유로에 팔리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바게트는 국민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는 ‘평등의 상징’이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빵집 주인들은 페업외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빵집 없는 마을도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3’에 따르면 프랑스 서남부 라 로슈보쿠흐 마을의 유일한 빵집도 최근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빵을 사려면 차를 몰고 10분 동안 운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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