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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무성언어의 향기
□ 김계옥
날짜  2007-7-19 22:31:28   조회  335
[아리랑수필음모작]

1.게시문

어느해인가 학교앞의 화초와 잔디밭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화초의 키와 비슷한 높이에 세워진 게시문을 읽게 되였다.

《저를 다치지 마세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게시문은 여기저기서 숨박곡질했다.

《저는 당신의 친구얘요.》

《저는 수분을 좋아해요.》

《저를 밟지 마세요.》

마치 동화속에 있는듯했다. 얼마나 현명한 게시문인가.  저도 몰래 눈시울까지 뜨거워났다. 원래 인성교육은 꽃밭에까지 가능한것이였구나!그야말로 훌륭한 아이디어가 아닐수 없다.

예전의 게시문이 눈에 선히 떠오른다 .

《꽃을 꺾지 말것.》

《꽃을 꺾는자는 벌금 ××원.》

전자는 마음의 현을 튕길수 있는 음악적이고 화기애애한 인정미가 넘치는 게시문이지만 후자는 강박식이고 명령식인 등골이 서늘해나는 게시문인것이다.

옛사람들은 《말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고 했다.》 교원이 애들을 보고  《PC방에 절대 가지 마시오!》라는 명령어보다 《PC방에 가 자료를 찾아 ××숙제를 해오세요》 혹은 《집에서 어머니가 기다릴텐데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일수도 있다.

이 게시문은 나더러 과거의 학생교양일기를 부끄럽게 펼쳐보게 하고 교육예술을 새롭게 음미하게 하는 잊지 못할 교과서이다.

2. 간판어

시장경제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듯이 거리마다 골목마다 온통 간판천지다. 간판의 아이디어, 규격, 언어 또한 각양각색이다. 이런 현란한 간판들은 마치 상가의 얼굴인양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순희네 순대집》

《아가씨 불고기점》

《멋진 남자네 집》…

얼마나 정다운 이름들인가!한가족처럼 반기는 다정한 부름들이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보고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족한것 같다.

예전의 간판언어들은 얼마나 딱딱하고 메마르고  무정했던가!

《대중판점》, 《인민식당》, 《제1판점》…  《개가 보지 않는 속만두집》(몇해전에 본적 있음)…게다가 몇년이 지나가도 간판을 바꾸지 않아 원판색이 바래고 거무틱틱하고 기름때가 더덕더덕했었다.

하긴 온 시내안에 음식점이 손가락을 꼽아 셀 지경이니 손님이 많든적든,  봉사질이 좋든나쁘든 주인의 밥주머니가 떨어질리 만무한데 누가 하필 간판에 신경을 쓰겠는가!

지금은 간판이자 광고여서 서로 봉사질, 음식질을 비기는터라 혜택을 보는건 우리 모두인것이다. 간판언어로부터 시장경제의 발전과 함께 짙어가는 인간애와 화기로운 풍경을 보게 되였다.

3 .표어

향진거리나 시내중심거리, 당정기관이나 학교주위에서 우리는 시기마다 바뀌는 거폭의 표어들을 볼수 있다.

타오르는듯한 불색의 바탕에 새노란색의 글자를 비단에  찍어넣은 표어들은 독특한 형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에 오시는것을 환영합니다.》

《당신과 여러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안전행차합시다.》

《사람을 기본으로 조화사회 구축에 나서다.》

《사람마다 국장의 접대를 받을수 있고 사건마다 법에 의해 처리받을수 있다.》

《발전에 주목하여 합격에 특장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며 전체 학생에게 낯을 돌려 큰 규모에 특색을 겸한 학교를 건설하자.》

마디마디가 마음에 와닿고 구절마다 사랑이 넘치는 언어들이다.

희디흰 종이에 시커먼 먹으로 어마어마하게 쓴 예전의 표어들은 아득히 먼 옛날의 괴물로 돼버린셈이다.

《계급투쟁을 기본고리로 생산을 억세게 틀어쥐자.》

《한줌도 못되는 계급의 적들을 호되게 타격하자.》

얼마나  살벌한 표어였던가. 막연하고 몽롱하고 아리숭한 이런 표어들에서 어찌 꼬물만한 인정미라도 찾아볼수 있었던가!

게시문, 간판어, 표어는 실로 거리나 도로의 무성언어들이다. 요즘 나는 이런 무성언어들에서까지 인간의 향기를 맡을수 있어서 좋다. 시대의 고르로운 맥박과 따뜻한 체온을 느낄수 있어서 즐겁다. 그래서 나는 즐겨읽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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