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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루 전병을 씹으며
ㅁ채영춘
날짜  2017-11-8 14:10:07   조회  172

행사 뒤끝에 몇몇 지인들과 더불어 이색적인 음식점에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며 이색적인 점심식사를 즐겼다. 오랜 만에 겪어보는 색다른 체험의 감미로운 시간이였던 같다.

지난년대 연변시골의 한족살림집 형태를 그대로 살린 2층 구조의 음식점은 한족시골냄새가 풀풀 풍겼다.

조이 짚에 찰흙을 짓이겨 바른 바람벽은 벼 짚에 소똥을 버무려 발랐던 조선족초가집 벽체를 련상시켰고 신발을 벗지 않고 걸터 앉을 수 있는 한족식 구들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조선족식 구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모란꽃무늬의 빨간 강목천 식탁보에는 한족들의 훈훈한 촌스러움이 꺼리낌 없이 물씬 묻어나 있었으며 술잔 물컵 겸용의 흰색 법랑고뿌들이 아 슴한 지난 력사시대를 귀뜸하듯 손님들을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유기농 식재로 먹음직스레 꾸며진 한족시골밥상은 검소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고있었다.

법랑고뿌로 정종 한 모금을 마시고 부추계란볶음을 겯들인 옥 수수가루 전병을 씹으며 필자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솔직히 다문화, 다원화시대의 흐름속에 조수처럼 밀려오고 있는 신주대지의 한족음식들에 그렇게 낯설지 않은 오늘의 현실 이다. 맵고 얼얼한 사천 호남료리, 느낏한 광동료리, 양고기 식 재의 신강료리는 물론 해외 화교들의 우육면, 콩물까지 가세 하면서 연변의 음식문화시장은 그야말로 중국동서남북 먹거리 의 향연장을 방불케한다.

그런데 이 현란한 중화밥상세레에 혼미한 가운데 연변 “제2” 의 토종음식문화가 랭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가끔 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연변의 150년 력사는 조선반도에서 과경해온 조선족들이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내지에서 “촹꽌둥(闯关东)”한 한족 및 기타 민족들과 어깨 겯고 공동으로 개척한 력사이다. 그 파란 만장한 세월 정권교체를 수없이 겪고 수난의 년대를 함께하면서 중화공동체의 조선족과 한족 및 기타 민족들은 서로를 “싼둥빵 즈(山东棒子)”, “꼬리빵즈(高丽棒子)”로 무랍없이 호칭하며 그야말로 “미운 정, 고운 정”을 다하면서 형제처럼 살아왔다. 오늘날 전국에서 유일하게 련속 세차례나 민족단결진보 모범 자치주로 공대받는 리유이기도 하다.

아주 긴 세월 연변조선족자치주라는 이 타이틀에서 과경민족 인 조선족의 미풍량속은 보란듯이 전승과 발전을 거듭하여왔다. 특히 김치, 랭면, 찰떡, 순대, 개고기 등을 망라한 조선족음식 문화는 세월이 흘러도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연변음식문화의 “넘버원”으로 그 진가를 빛내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당연지사로 받아드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숙명적으로 희노애락의 한세기 이상을 함께해 온 산동이주민 특색의 음식문화는 필자의 기억에 거의 백지화에 가깝다. 거리와 골목 곳곳을 주도하는 조선족음식업소 가운데 “사천신선로”, “하남죽집”, “신강양고기 꼬치”, “대만콩물”, “마가 회족라면”, “리선생 우육면”은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만 우리 민족의 오랜 벗인 “싼둥빵즈”들은 수줍은듯 줄곧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있다.

결코 최근 몇년 사이 일만이 아닌것 같다. 아주 어릴 때 국자 가(지금의 민항중심매표소 길 건너 뻐스정류소 위치)에 로씨야 특식의 씨비리아판점이 있었던 것, 그리고 옛 신화서점 북쪽 (지금의 시대광장 서쪽켠)에 회족식당이 있었던 것도 기억나지 만 “싼둥빵즈” 음식가게는 전혀 인상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 “싼둥빵즈”음식은 “꼬리빵즈”음식과 나란히 연변중화료리주축을 이루는 파트너로서의 설자리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산동 음식은 내놓을 만한 메뉴가 없어서일가?  조선반도 이주민과 산동반도 이주민들이 연변에서의 숙명적 만남은 이 지역의 주어진 자연풍토에 따른 음식관행이 상호포용 으로 점철되게 하면서 새로운 탈 반도 연변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양상을 낳게 하였다.

무쇠가마로 부쳐낸 옥수수가루 군만두(锅贴),된장을 바르고 파를 겯들여 감아먹던 솥뚜껑 크기의 젠빙(煎饼), 소금물에 절인 풋배추를 식재로 한 백김치 당면볶음(渍菜粉),뜨끈뜨 끈한 물만두(水饺子)와  훈둔(馄饨)등은 모두 산동한족들이 조선족에게 전수해준 굉장히 서민적인 음식메뉴들이 아니였던가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산동음식에 대한 조선족의 리해는 상당 한 한계를 보이고있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중국의 유구한 력사에서 엄청난 족적을 남긴 산동반도인들의 음식문화는 그들만의 성격, 심리, 지혜의 소산으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색을 탑재하고있음은 분명하다. 중외에 이름을 날린 “수호전”을 배태시킨 량산박의 고향 산동이 아니던가?  어렸을 때 너무 재밋게 읽었던 “수호전” 의 많고많은 스토리 사이사이에서 구수하게 얽혀있던 먹거리 화 제가 더더욱 진한 흥미를 주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고있다.

지금 연길시는 멋진 발상에 힘입어 “문화풍경유적지” 선정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키워드는 “력사문맥 발굴, 연길기억 찾기”,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인문”이 자리잡고있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문화풍경 유적지”로 선정된 12점 명소 가운데는 백년거리 “국자가”가 있다. “국자가” 복원에서 산동반도 이주민이 조선반도 이주민과 함께 한 삶의 공간을 정조준하여 산동특색의  음식과 조선족특 색의 음식, 기타 지역 음식까지 가세한 국자가 미식거리의 창출 을 위한 씨나리오가 기획됐으면 얼마나 멋질가? 특히 오랫동안 “잠적”했던 산동료리의 진수가 이번 국자가 복원을 계기로 “량산박”, “석갈촌”, “사자루”, “쾌활림”, “야저림” 등 “수호전”의 끼를 업은 북송시기의 술집현판의 매력속에 화려하게 등장했 으면 얼마나 좋으랴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이색적인 한족시골풍 음식가게에서 옥수수가루 전병을 씹으며 굴려보는 이러한 상념이 산동적 한족들한테 먹혀들어 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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