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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날마다 3.8절?

  • 2007-03-16 16:02:42
3.8절이 며칠 지난 어느날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3.8절을 쇠주겠단다. 벌써 언녕 다 쇠버렸는데 하니 《다시 돌아보기(回头看)》를 한단다. 매년 3월 8일이면 연변에서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다. 국제녀성절이라는 명목하에 연변의 그 어디를 막론하고 며칠씩 녀성을 위한 각종 파티가 마련되는데 녀성의 명절날 녀성보다 남성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더 많이 볼수 있다. 이런 현상은 6월 1일 국제아동절에도 마찬가지, 어린이날 어른들이 되려 더 흥분에 겨워 술에 취한다. 이런 날은 음식점이나 노래방들이 빈자리 하나 없이 초만원을 이룬다.

작년까지만 해도 3.8절을 쇠는 형식에 관한 속설은 세가지였다. 이를테면 《3.8절 맞이하기(迎3.8)》해서 술 마시고 《3.8절 경축하기(庆3.8)》해서 술 마시고 《3.8절 환송하기(送3.8)》 해서 술을 마시는데 련속 며칠이고 단위 동료들끼리, 동창끼리, 친구끼리 끼리끼리 모여서 각종 파티로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이 내용에 《3.8절을 고대한다(盼3.8)》와 《다시 돌아보기(回头看)》라는 종목이 《더하기》되였는데 참으로 소 웃다 꾸레미 터질 노릇이다. 더 우스운건 직장에서 소속부서에 녀성이 없으면 남성직원들끼리만이라도 녀성절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쇠는것인데 술을 마시다보면 부서에 녀성이 없다는 《서러움》이 이 남성직원들로 하여금 취토록 술을 마시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것이다.

하여 3월 신나는것은 당연히 음식업종과 오락업종, 백화점과 같은 소비업체들이다. 연길시 중심구역과는 좀 떨어져있는 한 음식점 주인은 위치관계로 평소에는 영업수입이 쑬쑬했으나 3.8절기간에는 평소의 두배나 늘었다고 하면서 3월 한달은 수입이 괜찮을거라 추측하였다. 또 연길시에서 10여년간 노래방을 경영하고있는 최씨는 일년에 3.8절이 두번쯤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3월의 영업수입이 일년 열두달중 가장 좋다고 한다. 아무튼 녀성은 남성들이 명절을 쇠주어서 행복하고 남성들은 녀성절을 명목으로 술 마실 기회가 늘어서 행복하고 업주들은 영업액이 늘어서 행복한 달이 3월이다.

근원을 따지고보면 3.8절은 우리 전통명절이 아니고 《수입》명절이라고 할수 있다. 1909년 3월 8일 미국 시카고의 녀성로동자들이 남녀평등권을 찾기 위해 데모하였는데 이듬해 8월 단마르크의 쾨뻰하븐에서 열린 제2차 사회주의자 녀성대회에서 국제근로녀성의 단결과 해방을 촉진하기 위하여 매년 3월 8일을 국제녀성절로 정하였던것이다. 3.8절을 발기시킨 미국에서조차도 우리 연변만큼은 3.8절을 굉장하게 쇠지는 않을것이다.사실 연변을 제외한 중국의 타지방에서도 이날은 단위에서 녀성들에게 간단한 선물과 함께 하루 혹은 반날 휴식을 허락한다. 하지만 우리 연변에서는 3.8절을 전후한 일주일내내 명절분위기이고 지어 3월 한달은 다 3.8절이라고들 말한다. 어쩌면 3.8절은 이젠 단순히 녀성만의 명절인것이 아니라 남녀로소의 공통명절로 되였는바 시골에서는 이날 맛있는 음식들을 해놓고 남녀가 편을 갈라 하루종일 윷놀이를 벌이기도 한다.

이외 각종 외제명절은 비록 3.8절만큼은 쇠는 형식에서 다양하지는 않지만 전통명절이든 《수입명절》이든 명절이란 명절은 빼놓지 않고 쇠는것이 우리 연변이다. 뿐만 아니라 그 명절에 부가명절을 덧붙여서 명절을 만들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필자는 3월 14일이 《화이트데이》라는 명절외에 《원주률의 날》이라는것을 전해들었다. 이처럼 부단히 명절이 만들어지는 요즘이고보면 참으로 행복하다는 느낌도 든다. 명절 쇠는 형식도 날마다 새로이 창조되지만 대체적으로 여럿이 모여 음식점에서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것이 보편적인데 물론 그만큼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편 현대인들이 공통으로 앓고있는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현대병을 연변사람들만이 더 깊게 앓고있는것은 아닌지, 그래서 명절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쩍하면 여럿이 모여앉아 술을 나누고 떠들고… 이로써 가슴 깊이 웅크리고있는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려는 아픈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리유야 어찌됐든 우리의 명절문화, 술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함이 마땅하다.

강정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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