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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 몰라 걱정돼요...〞

—청도 진출 젊은 아빠, 엄마들 고민

  • 2007-11-19 07:03:40
청도진출조선족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돌 정도로 청도는 중국조선족 최대의 집거지로 급부상하고있다. 아름다운 도시풍경과 생활하기 편리한 주거환경은 수많은 조선족들의 발목을 잡았고 해외나들이로 목돈을 쥔 많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청도에 둥지를 틀고있다. 중후하고 순박하고 조선족에 대한 배타심리가 없는 산동인들은 조선족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청도에 살고있는 조선족들과 한국인들 앞에 놓여진 숙제는 만만치않다.

특히 산동의 지방방언은 같은 한족이라고해도 알아들을수 없을 정도이다. "표준어를 쓰자"는 표어가 학교거나 기관마다에 다 붙어있지만 필경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 소수이고 다수는 방언을 쓴다. 때문에 학교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던 애들일지라도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모두 방언을 쓴다고 한다. 하다면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자를 접촉하고있는 우리의 청도 2세들은 어떠할가? 기자는 부분적인 학부모들을 만나 알아보았다.

청도진출 14년을 맞았다는 장녀사, 길림성 화룡시의 정부기관에서 사업하던 남편을 따라 청도에 진출하였을 때 둘째아이의 나이는 겨우 4살이였다. 큰아이는 상대적으로 조선말을 하고있지만 어려서부터 한족애들과 섭쓸려 온 둘째아이는 조선말을 겨우 알아들을뿐 전혀 번지지 못한다고 한다. 청도시북쪽의 지묵시에서 자란 둘째애는 표준어 대신 방언을 사용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저희는 조선족지구에서 자라다보니 한어를 잘 못해요. 아이가 한어를 잘하니 처음에는 대견스럽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정말로 답답할 때가 많아요. 둘째아이는 인젠 완전한 산동사람이 다 되였어요. 말도 지방방언을 많이 쓰고있는데 그때면 한마디도 알아듣기 힘들어요"

장녀사의 고민은 심각했다. 집안에서도 두아이는 한어로 대화하고있고 아빠엄마가 묻는 말에도 한어로 대답하는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청도진출 2년밖에 안되였다고 하는 박선생, 늦둥이를 본 기쁨에 항상 둥둥 떠있지만 요즘은 애들때문에 마음이 무거워 질 때가 많다고 했다. 큰애가 연변에서 조선족소학교를 4학년까지 다녔기에 조선어를 완벽하게 구사할수 있고 작문도 조선문으로 지을수 있어 큰애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작은애 돌생일을 쇠고난후부터는 달라졌다고 했다.

"청도에 갓 왔을 때에는 메터와 센치메터마저 한어로 말할줄 몰라 고생하던 애가 글쎄 동생 생일에 축하발언을 하라고 했더니 한어로 말할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단 2년밖에 안되는 사이에 아이의 주어가 한어로 넘어간걸 보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어를 4년이나 배운 큰 애가 이럴진대 청도에서 태여난 둘째 아이는 어떻게 될가하는 생각을 하면 밤잠도 안옵니다."
박선생의 말에 따르면 큰 애는 연변에 있을 때 작문도 제법 잘 써서 주급대회에서 상도 받은적 있다고 했다. 그런 애가 인젠 조선문 띄여쓰기가 안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모두 자기의 자식들이 최저한도로 조선어로 의사표현을 할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였다.

조선족이 집결되여 살고있는 성양구나 리촌 같은 경우 학교마다 조선족 혹은 한국학생들이 많이 공부하고있기에 애들은 학교에서도 민족어로 소통할수 있다. 성양구실험소학교나 중학교에는 반급마다 적게는 6~7명 많아서는 10여명씩 조선족 혹은 한국애들이 공부하고있다. 하지만 시남구나 시북구의 학교에서 공부하고있는 애들은 조선어를 완전히 까먹고있다. 왜냐하면 이곳 학교에는 조선족어린이들이 거의 없다보니 애들은 완전히 "한족화"되여가고있다.

연변에서 온 오선생의 경우도 딸애는 이미 조선어를 완전히 망각한 상태다.

"남의 집 애들은 한국텔레비죤를 시청하고 한국노래를 부른다고 하지만 우리 애는 안 그래요. 전문 중국어로 된 프로를 시청한답니다."

언어환경이 축소되고있는 시점에서 애들의 민족문자와 민족어 상실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사실 청도에도 벽산소학교와 서원장조선족소학교를 비롯해 민족교육기지가 있지만 필경 이런 학교에 다니고있는 아이들은 극소수, 많은 아이들이 한족교과서에 매달려 민족교육과 동떨어진 길을 걷고있다.

"랭철하게 말하면 청도에서의 민족동화는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민족교육을 견지하고있고 또 여러가지 민족행사를 벌리는것은 다름아니라 우리들 세대에서만이라도 민족동화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대학교 교수들을 중심으로 과학문화인친목회를 설립하고 지금은 연변텔레비죤청도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있는 청도조선족과학문화인친목회 초대회장 남룡해의 일가견이다.

현재 연변텔레비죤위성프로가 청도에 착지 못했으나 대부분조선족들이 위성안테나를 통해 연변텔레비죤프로를 시청하면서 "민족문자"와 "민족어"를 접촉하고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청도에 진출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있어도 아이들의 교육때문에 언제 한번 마음이 편해볼때가 없다는 학부모들, 이들의 대안은 과연 어데있을가? 얻은것과 잃은것을 따져보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하다.

청도특파기자 허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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