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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리사의 길, 정말 잘한 선택

  • 2012-06-25 09:39:13

시원한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성격, 그러나 대화를 나누어보면 료리사특유의 섬세함을 지닌 경성식당의 총주방장 최성헌씨(43세), 아는 형님이 료리하는 모습에 반해 무작정 료리의 길에 들어선지 어언 24년이 된다.

국서 8년, 다시 기초부터

일찍 중식료리사로 승승장구하던 최성헌씨가 한식을 배우고싶다는 생각에 불문곡직 한국행을 선택한것은 1999년, 8년을 그곳에서 악바리로 버텼다.

중국에서 온 중식료리사, 처음에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림했지만 한국의 업계내 규률은 엄했다. 그의 모든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다 알만한것들인데도 쉽사리 칼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이 칼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더욱 쉬운 방법이 있는데……” 하고 가소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주방에서 막내로 뛰면서 아침이면 례외없이 모든 칼을 갈아놓아야 했다. 태만했던탓일가 어느 하루 칼가는것을 잊어버린 대가는 컸다. 설마했던 그에게 주방장이 정말로 생선 다루는 몽둥이로 한매 내리쳤다. 그 순간 최성헌씨는 아픔때문이 아니라 그 어떤 생각으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흐트러진 자세가 보였던것이다. 인정사정없는 치렬한 업계내 경쟁에서 어영부영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것을 새삼스레 깨달은 순간이였다.

그때로부터 그는 자세를 바로잡고 밑반찬으로부터 시작해 하나둘씩 정복해나갔다. 저녁마다 어물전에서 가장 싼 명태를 잔뜩 사다가 집에서 쉬임없이 칼 다루는 법을 익혔다. 소문난 료리집마다 빼놓지 않고 찾아가 특색메뉴를 직접 맛보았다. 그러다가 한식에 자신이 생기자 또 일본료리에도 도전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았던지 어느날 퇴근후 식당 사장이 그를 불러놓고 사시미칼을 쥐여줬다. 최성헌씨의 솜씨를 두말없이 지켜보던 사장은 이튿날 두말없이 그에게 총주방장의 모자를 내여줬다.

그의 손끝의 특별메뉴들

중식, 한식, 일식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최성헌씨는 료리를 전통방식 그대로 고수하지 않고 늘 다른 재료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료리의 주문률이 떨어지면 왜 그런지 꼼꼼히 체크해보고 손님들의 식사가 끝난후에도 어떤 료리를 깨끗이 비웠고 어떤 료리를 남겼는가 유심히 살핀다.

실당면가리비구이는 한때 인기있던 메뉴였다. 하지만 굽는 과정에 수분을 잃기 십상이고 또한 느끼한 맛에 질려서 주문하는 사람이 적어지자 최성헌씨는 시도끝에 마요네즈와 와사비로 특제소스를 만들어 가리비살에 발라 부드러움과 수분을 유지하면서 맛을 살렸다.

꽃게무침에 곁들여 넣는 사과와 배는 원래 채썰어 넣었다. 그런데 료리가 상에 오른후 시간이 흐르면 모양이 흐트러지는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최성헌씨는 사과와 배의 즙을 따로 내서 사용, 모양도 맛도 신선함을 살렸다.

주문률이 높은 오이소고기무침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맛을 낼가 고민하면서 소고기를 재울 소스를 개발, 수십가지 재료를 넣었다 뺐다 수백번의 시도끝에 끝내 자신만의 소스를 만들어냈다. 이 소스에 소고기를 재웠다가 삶아서 썰어내면 경성식당에서만 맛볼수 있는 독특한 맛이 우러난다.

경성식당의 일품장갈비 또한 최성헌씨의 손끝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특별메뉴이다. 엄선한 돼지갈비를 통채로 특제장소스에 6시간 동안 삶아낸후 사용하는데 며느리도 안 알려준다는 이 특제장소스에는 재료가 무려 18가지가 들어간다. 이렇게 삶아낸 돼지갈비는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깊은 구수함이 배여나 점차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꼭 주문하는 메뉴로 자리잡았다.

최성헌씨는 요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 싱싱한 굴을 엄선해서 야심차게 생굴무침을 내놓았는데 반응이 그닥잖았던것이다. 한국에서 배운 레시피대로 엄수해서 만들었는데 그 맛을 여기 손님들이 접수 못하는것 같다면서 조만간 여기 손님들 입맛에 맞는 생굴무침을 내놓을것이라 한다.

료리는 직업이 아닌 취미

최성헌씨는 료리는 맛보다 영양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약으로 병을 치료한다면 료리사는 음식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가꿉니다.”

평소 영양학에 대해 많이 자습하고 그것을 기초로 음식의 궁합을 맞춘다는 최성헌씨는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사회의 부조리를 용서 못한다. 하여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음식재료는 전문 제공업체에서 주문하며 한달에 한번씩은 거래처를 방문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돌이켜보면 최성헌씨의 료리솜씨는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것이다. 옛날, 료리솜씨가 소문났던 어머니는 동네잔치때마다 불리워가 솜씨를 펴서 잔치를 치르고난 뒤면 옷감이며 소래따위를 얻어왔다고 했다.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최성헌씨한테 료리는 직업보다는 취미로 남아있다. 그래서 집에서도 앞치마를 곧잘 두르고 아빠의 음식솜씨에 매료된 딸에게 영양식을 해주면서 가족의 건강을 음식으로 챙긴다. 외식은 싫고 아빠의 료리가 최고라는 가족을 보면서 최성헌씨는 료리를 배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수백번도 한다고 한다. 이같이 료리에 대한 애착과 성취감이 최성헌씨로 하여금 주방이라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끊임없는 에너지를 방출하게 하는듯싶다.

연변에서 제대로 된 한식! 하면 자신을 떠올리게끔 하는것이 최고목표라고 밝히는 최성헌씨의 모습은 꿈과 가까이 있어서일가 그토록 밝고 당당했다.

리련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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