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앓이’··· 삶의 중턱에서바라보다
청춘리포트

2019-12-25 09:27:09

마흔살, 삶의 어중간한 지점. 어쩌면 날마다 그날이 남은 절반의 삶의 사작이라 생각하면 섭섭하고 아쉬울 것도, 불안하고 두려울 것도 없을 듯하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절반의 삶을 더 충실하게 꾸려야겠다는 각오와 너그러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나이 마흔은 바로 그런 생각을 할 때이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엇일가? 청춘의 끝? 중년의 시작? 공자의 론어에서 ‘마흔에 이르러 세상일에 미혹되지 아니하고 사물의 리치를 터득해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흔히 나이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명이 쉰살일 때나 맞았던 말이 아닐가.

이제 일주일 뒤면 필자도 불혹의 나이에 본격 들어서게 된다. 지금의 마흔살은 흔들린다.

젊지도, 늙지도 않는 삶의 중턱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아서, 문득 삶의 ‘리정표’가 사라져서(10대에는 공부, 20대에는 련애와 취업, 30대에는 일과 결혼). 몸이 보내는 신호가 예전 같지 않아 괜히 불안하다. 또 삶은 그래도 웬만큼 자리잡혔는데 돌아보니 잘 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만 잘 사는 건지…

심란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는 우리들의 ‘마흔앓이’가 시작되고 있다.


◆마흔의 ‘아빠’


강 준(40세, 가명, 연길시 공무원)

“아플 수도 없는 내 존재이다.” 요즘 흔한 마흔살 가장의 현실이자 나이 마흔이 주는 ‘무게감’이다.

지난 12월 마흔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낯설어졌다. 촘촘하던 이마선은 꽤 휑해졌고 모르는 새 잔주름도 꽤 늘었다. 푸석푸석한 피부는 신경 안 쓴지 꽤 오래됐다. 이 얼굴에 담긴 39년의 삶은 뭐였을가. 돌아봐도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말고는 기억이 안 난다. 불과 1년 전 일도 가물가물하다.

크게 보면 공무원에 결혼도 했고 토끼 같은 자식들까지, 남들이 보는 나의 삶은 제법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안정적인 삶이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런데 내 마음은 요즘따라 어쩐지 복잡하다. 절반 정도 왔는데, 이게 원하던 삶인가, 잘 살았었나, 이제 뭘 해야 하나, 난 누구인가, 앞으로 살아갈 세월은 어떡하나.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가?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가장으로서의 중압감은 물론 그렇게 건강하기만 하던 부모님들도 올해에만 두번째 입원했다. 우로는 년로해가는 부모님, 아래로는 한창 자라는 어린 자식들을 보며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앞서게 된다. 내가 아프면 집안 기둥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과연 마흔은 아플 수도 없는, 그만큼 아프기만 한 나이일가? 정말 마흔은 앓아야만 하는 나이인가.


◆마흔의 ‘엄마’


안홍숙(40세, 가명, 주부)

“이제 래일모레면 내 나이 마흔이다.” 이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다가 진짜 마흔이 되여버렸다. 그래도 ‘아직 30대’라며 실낱 같은 동아줄을 붙잡고 있었는데 그마저 끝난다. 불과 일주일 남짓하면 앞자리 수가 바뀌는구나 생각하니 아찔하다. 30대에 들어설 때하고는 또 다른 기분이다.

“이제 정말 아줌마구나!”라는 판단이 서지만 마음은 어쩐지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며칠 전 모임에 나갔다가 누가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라는 물음에 말문이 턱 막혔다. “이제 마흔 됐어요!”라고 답해야 하는데 막상 부딪치니 차마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80년생이요.”라고 대충 둘러댔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나이를 자꾸 비밀로 하고 싶어진다.

얼마 전에는 또 옛 사진을 보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제 늙어가는구나. 청춘은 남의 얘기구나. 나한테도 이런 리즈시절이 있었는데…” 나도 한때는 잘나갔던 직장인이였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잠시 버티다 결국엔 여러가지 리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말로만 듣던 ‘경단녀’(경력단절녀성)가 됐다. 이젠 누구의 엄마로 불리우며 직업이 ‘가정주부’로 전락됐다.

“여태껏 뭘했나. 그저 남편 하나 믿고 살아가기가 때론 두렵기도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아이를 보면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진정되기도 한다.


◆‘내려놓기’ 련습


김단희(40세, 가명, 룡정시 사업단위)

10여년간 연길에서 룡정까지 매일 아침 7시면 집 문을 나가 통근했다. 30대 초반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뭐든 잘해내려고 욕심을 부리며 아등바등하면서 살았다. 단위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최년소 부서장 타이틀도 초고속으로 달았다.

요즘 주변에서 참 많이 묻는다.

“마흔이 되는 기분이 어때?”, “난 마흔앓이인가 봐. 왜 이리 몸이 아프지”, “마흔 준비는 잘돼가?”, “마흔이 되면 계획이 뭐야?”…적잖은 질문에 생각 아닌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육아도, 일도, 가정살림도, 가족을 대함에도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완벽주의가 있었다. 후배들의 부러움과 선배들의 토닥임과 동료들의 응원과 종종 시기와 질투를 포함한 수많은 표현들. 세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나의 욕망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러다 세마리는커녕 한마리도 잡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조금씩 과부하가 걸리고 있음을 몸이 신호를 줄 때 알게 되였다. 원인 모를 발진과 기타 증세가 한달 가까이 진행되였던 내 나이 39세, 올해 여름에 켜진 몸의 적신호였다.

스스로 다짐한 네 글자가 떠올랐다.

‘내려놓기’

쉬운 듯 가장 어려운 것.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나의 몸에 너무 미안한 요즘이다.

삶의 중턱에서 바라보는 마흔살, 인생에도 쉼표가 있다면 지금이 아닐가. 좀 쉬여가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해주고 싶다.


◆‘미완’을 거쳐 ‘완성’으로


요즘 시대에 마흔은 그냥 ‘많다’고만 하기엔 또 많지 않은 나이가 됐다. 평균수명이 100세라는데 아직 60년이나 남았다. 까마득하다. 그래서 왠지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처럼 여겨진다. 뭔가 많이 해왔지만 또 뭔가 많이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진 않다.’는 게 마흔살들의 공통된 의견이였다.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30대는 현실이 너무 치렬하고 고달프고 불안정했지만 마흔살에 느끼는 안정된 삶 속 복잡한 감정들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한 단계를 겨우 지나왔는데 이전 단계로 가려니 막막해진다. 어쩌면 마흔에 느끼는 마음은 다음단계에서 겪는 자연스런 감정인 것 같다.

꿈과 목표, 욕심, 초조함을 어깨에 메고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살아왔다면 앞으론 어깨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즐기자라고 생각하라는 의미를 시사해주는 대목이 아닐가.

《마흔 이후 알게 된 것들》이라는 책에서는 “하나의 삶에도 그 중간이 있다. 어쩌면 날마다 그날이 남은 절반의 삶의 시작이라 생각하면 섭섭하고 아쉬울 것도, 불안하고 두려울 것도 없을 듯하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절반의 삶을 더 충실하게 꾸려야겠다는 각오와 너그러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나이 마흔은 바로 그런 생각을 할 때이다.”라고 마흔살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아홉수’의 해를 무난히 넘기고 살아가는 ‘마흔이’들. ‘미완’의 시간을 거쳐 ‘완성’을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필연적 과정이라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할 거 같다.

누군가 ‘나이 듦의 가치’에 대해 강조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며 배우고 경험하고 축적해온 것들을 전부 집약해 무언가 표현할 수 있고 어떤 평가를 받는 개의치 않고 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시절보다 사물을 깊이 리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지금 내 나이 마흔이 딱 좋다고. 왜냐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고 더 기대되니까.”


최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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