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속의 ‘산나물 아줌마’

2022-08-09 10:01:56

‘산나물 아줌마’하면 시골 고향 마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름이지만 아름다운 해변도시 산동성 청도에 ‘산나물 아줌마’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일전 기자는 궁금증을 안고 찾아 나섰다.


흑룡강성 밀산 태생인 박옥선(1962년생)은  첫눈에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녀성으로 안겨왔다. 웬만한 사람은 달려야만 따라잡을만큼 걸음이 빨랐고 세마디가 넘기도 전에 웃음꽃을 피우는 락천적인 녀성이였다.

“저는 한평생 불평불만을 모르고 삽니다. 항상 만족하면서 살지요.”

박옥선이 야산에서 금방 뜯어 온 꽈리를 내놓으면서 말했다.


산나물과의 인연은 고향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일곱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의 손에서 자라면서 어려운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산나물 채집에 나섰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을 주변의 야산을 돌면서 산나물을 캤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산나물을 캘 때면 엄마 잃은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었고 캐고 캐도 한없이 가슴을 내여주는 자연 앞에서 인생의 진리를 터득해나갔다.

1994년, 박옥선은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산동성 위해시에 진출하여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에 청도시 성양구에 정착했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보기 위하여 박옥선은 억척스레 일했다. 단 하루도 아닌 장장 십여년 동안 그는 날마다 몇가지 일을 겸하여 했다. 한국회사의 주방을 책임지고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한편 오전과 오후 자투리 시간을 빌어 여섯, 일곱 집을 돌면서 가정부로 일했다.

“팽이처럼 돌면서 바삐 보내다보니 몇해전까지만 해도 청도에 산나물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청도에 진출한지도 어언 20년 세월을 바라보지만 산나물과의 인연은 불과 5년밖에 안된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청도에도 물쑥, 미나리, 민들레, 고들빼기 등 많은 산나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새벽 일찍 일어나 산나물 캐러 나섰다.

“회사 밥을 지어야 하기에 오전 9시 전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 시간을 리용해 대자연을 찾았습니다.”


산나물 캐는 재미가 너무나 좋아서 그는 몇주머니씩 뜯어다 말리워 이웃집과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산나물을 캐고 말리우는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위챗그룹에 올리면서 지인들과 즐거움을 공유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북경 지인으로부터 위챗 그룹에서 물쑥을 뜯는 사진을 보았는데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집 식구들에게 대접하려고 남겨둔 물쑥이 좀 있을뿐 팔려고 뜯은건 없다고 하자 상대방은 있는 만큼 보내달라면서 위챗으로 200원을 송금했다.

사연을 알아보니 물쑥을 캐는 녀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그분의 로모가 물쑥떡을 만들어 드시고 싶어 한다는 것이였다. 로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간절한 사연을 전해들은 박옥선은 200원을 되돌려 보내고 물쑥 다섯덩어리를 공짜로 보내주었다.

베푸는 재미가 좋고 산나물을 받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 또한 보기 좋아 박옥선은 산나물을 뜯어 올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후하게 나누어 주었다. 어느 한번은 아홉 집이나 무상 배달하다보니 전동오토바이 전지가 다 나갔다고 한다.

“식구들이 먹을만큼 남기고 지인들에게는 그냥 맛을 보시라고 나누어 주었을 뿐인데  서로 돈을 내서 사먹겠다고 하는 통에 이젠 본의 아니게 산나물 아줌마가 됐습니다.”

박옥선이 캔 산나물을 맛 본 사람들은 너나없이 산나물을 주문했고 점차 그의 ‘산나물 고객’으로 되였다.

산나물은 채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뜰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사람이 산나물을 뜯어오면 온 가족이 모여서 손질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산나물을 박옥선은 어떻게 정선하는 것일가?

“예전에 산나물을 뜯어오면 저는 아파트 단지내의 어르신들과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인연이 맺어진 여러분들인데 그분들은 제가 나물을 캐왔다는 소리만 들으면 무조건 달려와서 도와줍니다.”

이렇게 ‘산나물 소그룹’이 형성되였던 것이다.

워낙 정열적이며 화끈한 그가 ‘베품’을 실천해가자 그의 주변에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갈망하는 ‘미녀’들이 모였다.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살기를 원하는 녀성 30여명을 무어 ‘미녀클럽’을 만들었다.  자식 걱정, 손주 걱정으로 우울하게 보내던 ‘미녀’들은 력동적인 박옥선의 모습을 보면서 에너지를 듬뿍 받는다고 한다.

박옥선은 자연처럼 거짓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잠자는 시간 외에 언제 한번 편히 앉아 있지 않는다. 산나물을 캐러 가도 쉼없이 캐는데 남들이 한주머니를 캐면 두주머니를 캔다. 요즘 회사 식당을 맡아 경영하면서 네집 가정부로 뛰며 하루의 로동 일정이 꽉 찼어도 그는 언제나 행복에 겨워한다.

박옥선을 따라 이른 새벽 산나물 채집에 나섰던 ‘이야기군’ 림동호 선생은 “적게 나물 캔 사람에게 자기가 캔 산나물을 덜어줄만큼 베품이 몸에 배였다.”고 하면서 “박옥선을 보면 온세상이 모두 웃음으로 차넘치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약소군체에 성원의 손길을 보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사랑을 실천해나가는 ‘산나물 아줌마’ 박옥선, 가을 미나리를 뜯으러 같이 가자는 그의 아름다운 약속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자는 귀로에 올랐다.

허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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