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로인 8년간 신문 필기 견지
모든 정력을 신문 내용 필기에 몰붓다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우울감도 따라서 점차 해소되였습니다.

2019-08-14 16:55:30

신문에 실린 건강상식을 필기책에 옮겨적고 있는 안봉관 로인. →

룡정시 룡문가두 룡문사회구역에 살고 있는 안봉관(80세) 로인은 신문을 보고 필기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그는 8년간 15권의 종합상식책을 정성껏 꾸며오면서 퇴직 후 우울했던 감정을 치유하고 만년에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9일, 아빠트 마당까지 마중 나와 기다리던 안봉관 로인은 일층 현관에 들어서자 벽에 걸려진 신문함을 가리키면서 “저와 매일을 함께 하고 있는 신문들과 만나는 곳입니다.”라고 신난 듯 소개를 시작했다.

당시 화룡현 3중을 다닐 적 안봉관 로인은 학습성적이 우수했을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흥취가 많았고 그 실력 또한 전 학교에 알려져있었다. 학교의 흑판보는 늘 그의 담당이였다. 학교 선생님들이 미술전공학교에 가서 그 꿈을 더 펼쳐볼 것을 추천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안봉관은 길림성교통학교를 신청하여 홀로 이불짐을 메고 장춘행을 택했다. 길림성교통학교를 제1기로 졸업하고 2년간 연변자동차수리공장에서 근무해온 안봉관 로인은 1970년에 룡정시운수공사로 파견되였으며 1993년에는 고혈압 등 병으로 퇴직을 하게 되였다.

퇴직 후 안해와 함께 려관을 차렸는데 려관 운영이 한창 상승세를 거두고 있을 때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그동안 벌어들였던 돈을 모두 떼우고 말았다. “안해는 한국으로 돈을 벌러 떠나고 자식들도 결혼하여 모두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혼자 집에 남겨지니 생활에 즐거움이 사라지고 외로움이 온 몸을 감쌌죠.”

온갖 잡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우울감에 시달렸다는 안봉관 로인은 2006년부터 연변일보 종합신문을 주문하여 보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세계 소식, 국내 뉴스, 위생 건강, 스포츠 등 내용이 다양하고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종이신문이다보니 한번 보고 버리다 보니 남는 것이 없더라구요.”

안봉관 로인은 두고 보면 좋을 내용들을 필기하여 모아놓았다가 본인도 다시 찾아보고 지인과 자손들에게도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1년 5월 1일부터 손수 목책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연변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나 우리 민족과 관련된 풍속, 례절, 음식과 조선족 유명인사들의 사진은 기사 내용과 함께 오려서 붙이고 설명까지 보충해 적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소질을 보였던 그림실력을 되살려 필기책 페지 곳곳에 색연필로 ‘장식’을 해놓기도 했다.

“모든 정력을 신문 내용 필기에 몰붓다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우울감도 따라서 점차 해소되였습니다.” 신문을 스크랩 하는 외에 안봉관 로인은 매일 건강 상식을 보면서 신체상황에 따라 옳바른 식이습관을 키우고 운동을 열심히 하다보니 아침마다 거뜬히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는 것은 물론 아빠트 5층 계단도 단숨에 올라갈 수 있었다.

안봉관 로인의 사촌동생 안봉운(76세) 로인은 “형님의 ‘작품’은 보면 볼 수록 감수가 깊고 인쇄체만큼이나 깨끗하고 정연한 글씨체를 보다보면 맛나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라면서 민족의 언어문자로 한글자 한글자 필기해온 형님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안봉관 로인은 주변의 친구들 사이에서 소식을 전달하는 ‘소식통’으로 불리운다고 했다. 연변 축구에 관심이 많은 열성축구팬으로서 그는 시합시즌이 되여 일정표가 나오기만 하면 정리해서 20~30장씩 복사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신문에 실린 시합 명장면 사진들을 오려내여 따로 필기책에 붙여두거나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 적기도 한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소식으로 2015년 9월 연변에 고속렬차가 개통되였다는 소식을 꼽았다. 신문에서 고속철도 개통 소식을 보고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더니 “우리도 생전에 ‘동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철도’를 한번 탑승해보자!”하여 6명이 고속렬차를 타고 훈춘 구경을 다녀오기도 했다면서 좋은 추억이 되였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부터 16번째 필기책을 꾸미기 시작했다는 안봉관 로인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민족의 언어문자로 기록된 필기책들을 자손들에게 남겨주어 민족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바랍니다.”라는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글·사진 김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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