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눈이 싫어졌나?□ 한옥란

2019-11-19 10:46:41

아침에 일어나 카텐을 열어젖혔다. 온통 은색세계이다. 올 겨울 첫눈이 내렸다. 며칠 전부터 이어진 예보에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였음에도 별로 반갑지는 않다.

딸아이는 아주 흥분 상태이다. 아침에 어르고 달래고 깨우는 것이 고역이였는데 오늘은 “눈 내렸다.” 한마디에 이불에서 뛰쳐나왔다. 모자, 목도리, 장갑, 귀덮개까지 챙겨 전신무장을 했다. 학교에 가서 아주 제대로 한판 눈싸움을 할 생각인지 등교 길 내내 들뜬 모습이다. 운전대를 두손으로 움켜쥔 채 은근 긴장한 엄마의 마음도 몰라준 채 실실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 너라도 좋아서 다행이다.”

‘눈 내리는 날에는 애들과 개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그야말로 겨울철 하늘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한테도 그랬다. 나도 어렸을 때 눈을 아주 좋아했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기억 속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눈이 훨씬 자주 많이 내렸던 것 같다. 단층집에 살 때 출입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적도 있고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학교에 오갔고 눈내리면 아버지가 만들어준 쪽발구를 끌고 얼음강판에 가서 동상 입기 직전까지 놀았던 일들이 스멀스멀 기억난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눈이 반갑지 않았을가? 아니, 언제부터 나는 눈이 싫어졌을가?

눈을 쳐야 해서?

다니기 불편해서?

아니면 그냥 짜증나서?

눈을 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막 싫은 것도 아니다. 오늘도 한시간 반 동안 열심히 눈을 치고 나니 어깨죽지와 팔이 저려나지만 운동부족인 나한테는 간만에 흘리는 땀이 나쁘지는 않았다. 땀 흘린 뒤 아이스크림 하나에 카타르시를 느끼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점점 어른이 되고 눈 내린 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부터 눈은 나한테 별로 반가운 존재가 아닌 ‘일’로 다가오는 느낌이였다.

반갑든 싫든 겨울이 시작되였다. 또 눈은 내릴 것이고 나는 또 “눈이 내리나보다’ 하면서 열심히 눈을 칠 것이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아이스크림 한입의 달콤함을 느낄 것이다. 랑만이 사라진 나만의 겨울 랑만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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