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학술지 《자연》의 표지에는 ‘슬립노트’가 풀어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슬립노트는 량쪽 끝을 잡아당기면 쉽게 풀리는 매듭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슬립노트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매듭이 일정한 힘으로 묶이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절강대학 의학원 채수군 교수팀은 적절한 힘으로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슬립노트를 설계하고 연구결과를 11월 27일 《자연》에 공개했다. 평소처럼 수술 매듭을 짓되 슬립노트를 추가한 다음 슬립노트가 풀릴 때까지만 잡아당기면 매듭이 일정한 힘으로 조여지는 원리이다.

벌어진 상처를 꿰매 닫으려면 정밀한 힘이 요구된다. 매듭의 힘이 너무 약하면 봉합된 상처가 벌어지거나 내부 액체 등이 새여나오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상처가 부풀어오르거나 혈액 흐름을 방해한다. 정밀한 전자장치 없이는 실의 장력을 측정하기 어려워 외과의의 경험과 시각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실의 장력이 매듭의 기계적, 기하학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특수한 슬립노트를 설계했다. 슬립노트가 풀어지는 과정에서 실에 가해지는 힘의 최대값이 일정하도록 만든 것이다. 슬립노트를 추가하자 실에 전달되는 힘의 일관성이 95.4%에 달했다. 힘을 ‘표준화’한 셈이다.

실제로 외과의에게 슬립노트 방식을 도입한 결과 매듭 정밀도가 향상되고 수술 후 혈액 공급, 조직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트 수술 플랫폼과 통합되면 수술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슬립노트를 활용한 기계적 힘 제어 기술이 “안전한 수술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현장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