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와 서부 발칸반도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섰다. 일부 지역에선 산불이 발생하고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가 발령되였다.
◆유럽 곳곳이 고온 경보 발령
프랑스 남부 와인 산지인 오드지역과 벌가리아 남부 국경, 몬테네그로 수도 및 해안, 튀르키예 북서부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웽그리아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12개 지역에 최고 단계인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또 41개 지역에 황색 경보가 발령되였다. 보헤 남부 도시 모스타르는 기온이 43도까지 올랐으며 크로아찌아 두브로브니크는 오전에만 기온이 34도까지 올랐다.
벌가리아에서는 기온이 최고 40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보되였으며 전국적으로 산불 위험 경보가 발령되였다. 200건에 달하는 산불이 보고되였으나 대부분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웽그리아는 10일 남동부지역에서 기온이 39.9도까지 상승하며 1948년 전국 력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부다뻬슈뜨도 38.7도로 도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에어컨 보급률 고작 20%
이처럼 올해 여름 들어 폭염이 계속되면서 유럽인들의 에어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처럼 에어컨을 대대적으로 설치해야 하는가”가 현재 유럽의 새로운 론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CCTV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2일 폭염이 유럽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며 각지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평균 약 20%에 불과하며 일부 국가는 더 낮은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약 5%의 가정만이 랭방 시스템을 설치했고 그중 상당수는 휴대용 에어컨이다. 독일의 경우 이 비률이 고작 3%이다.
《폴리티코》는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뽀르뚜갈에서 열린 년례 연구회의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의료시설의 과부하를 피하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브류쎌에서 열린 유럽정상회의에서는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가장 빠른 기온 상승-유럽
CNN은 한 보도에서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주된 리유는 이 지역의 랭방 수요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북유럽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력사적으로 폭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극고온 현상이 빈번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은 “실내 온도를 외부보다 4도 이상 낮출 경우 ‘열쇼크’으로 인한 구토, 의식 불명, 심지어 호흡 정지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유럽인들은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하면 호흡기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한 유럽인들에게는 에어컨 사용 자제가 온실가스 감축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서양》 매거진의 톰 맥태그 기자는 “많은 영국인에게 에어컨은 ‘돈 잘 버는 새 부자’, ‘외국 것’, ‘미국식’ 같은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또한 영국 주택 대부분은 에어컨 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지어졌다. 영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6분의 1은 1900년 이전에 건설되였고 46%는 1930~1982년 사이에 지어졌다. 벽체내 공간이 부족한 벽돌 구조가 많으며 기존 온수 및 전기 시스템도 에어컨 설치를 어렵고 비싸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 자료에 따르면 유럽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대륙이다. 1980년대 이후 유럽의 기온 상승 폭은 전세계 평균의 두배에 달한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써비스쎈터는 “서유럽지역이 올해 6월 관측 사상 최고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어컨이 정치권 쟁점으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에어컨 설치 문제는 올여름 유럽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련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학교와 병원 등에 대규모 에어컨 설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에어컨 부족으로 학교와 병원 등 공공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프랑스 정부는 강제적 에어컨 설치에 반대하며 “대량 설치시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도시 기온을 더 상승시켜 폭염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녜스 파니에-루나셰르 생태전환부 장관은 에어컨을 “불충분한 적응 조치”로 규정하며 “에어컨은 결국 순수 열기 발생 장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어컨 대량 보급은 남유럽지역의 년간 전력 수요를 급증시킬 전망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딸리아의 전력 소모량이 약 1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유럽지역은 겨울철 난방 수요 감소로 여름철에 생기는 전력소비를 상쇄할 수 있지만 정부가 가스 난방을 대체하기 위해 랭난 겸용 전기 히트뽐프를 확대할 경우 전력망에 새로운 부담이 가해질 전망이다. 일부 분석가는 이런 에너지 구조 변화가 유럽 대륙으로 하여금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환경운동가와 과학자들은 “유럽은 에어컨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물과 도로의 록지률 확대, 건축물 통풍 설계 최적화, 차양 블라인드 설치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기존 에어컨을 대체할 지열 랭난방 시스템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기술은 심층 지하수를 순환 활용해 여름에는 건물의 열기를 지하로 방출하고 겨울에는 다시 열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기존 에어컨보다 에너지 효률이 훨씬 높으며 잉여 열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다만 유럽 도시 곳곳의 력사적 건축물로 인한 개조 난이도가 높아 초기 투자비용이 주요 장애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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