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외 6수) □ 리명자

2026-02-13 08:46:15

# 비움 



아홉을 가졌더니

열마저 채우려오


채워도 허기진 속

달랠 길 있으랴만


움켜쥔

이 손 펴려니

오랜 시간 걸리오



#나이


해마다 찾아와선

하나를 더해주니


덤으로 주름 늘고

흰 서리 짙어가도


예쁘게

익어가는 길

어른 되는 삶이여



#해탈


욕망과 허영심에

심신이 지쳤건만


하나 둘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더니


눈 앞에

행복의 문이

손 흔들며 반기네



#고향집


싸리문 밀어보니

얼룩이 마중오고


구수한 된장 냄새

누룽지 긁는 소리


외양간

쪽지게에선

아빠 냄새 풍기네


#가을 나무


푸름을 잃어가며

고열에 시달리다


찬 이슬 불씨되여

훨 훨 훨 타오르오


들고 온

지난 이야기

익어가는 삶이여




#안해


꽃 되여 나비 불러

오월의 사랑되고


치마폭 스친 바람

옷깃을 여며주니


원망을

날려 보내며

피워올린 밥 향기



#봄 편지


노오란 엽서 한장

개나리 들고 오네


진달래 기다리다

얼굴을 붉히는데


꽃잎에

적힌 봉투에

벌 나비도 보내오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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