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연구를 기리는 ‘이그노벨상’이 올해도 독특한 수상작들을 발표했다. 2025년 시상식은 미국 보스톤대학에서 열렸다.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연구자들에게 상을 수여했다. 수상자들은 종이비행기를 맞으며 환호 속에 시상대에 섰다.
18일 개최된 제3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화학상은 미국 럿거스대학 로템 교수 등이 제안한 ‘테플론 다이어트’이다. 칼로리가 없는 합성 플라스틱에 속하는 고분자소재 테플론 분말을 음식 속에 섞어 부피를 늘이고 포만감을 주자는 발상이다.
음료에서 ‘제로 칼로리 감미료’가 쓰이는 것처럼 고체음식에 ‘제로 칼로리 충전재’를 넣는 셈이다. 연구팀은 음식의 최대 4분의 1을 테플론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실제로 테플론이 들어간 쵸콜레트바를 만들어 직접 먹는 실험까지 했다. 하지만 테플론은 코팅제나 산업소재로 쓰일 뿐 식용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은 심사조차 거부했다.
평화상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프리츠 연구원, 영국 셰필드대학 필드 교수, 화란 연구진이 공동 수상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소량의 알콜을 섭취하게 한 뒤 외국어 구사 능력을 측정했다. 술이 발음을 더 자연스럽게 하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완벽한 언어구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항공상은 과일박쥐의 음주실험에 돌아갔다. 꼴롬비아대학 살라 교수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리오 연구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과일박쥐에 에탄올을 투여해 비행능력을 관찰했다. 취한 박쥐들은 반응이 느려지고 반향정위(초음파 탐지) 능력이 떨어져 비행중 충돌위험이 커졌다. 이는 자연상태에서 발효된 과일을 먹은 박쥐가 실제로 위험에 로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아과상은 미국 모넬 화학감각쎈터 메넬라, 보샴프 연구원팀의 연구이다. 산모가 마늘을 섭취하면 모유의 맛과 향이 변하고 아기가 더 오래 젖을 빠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산모 식습관이 모유 수유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물리학상은 이딸리아 연구팀이 차지했다. 이딸리아 로마대학 가르잘리, 코폴라 연구팀은 파스타 료리 ‘카치오 에 페페’에서 치즈와 후추가 특정조건에서 뭉치는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규명했으며 재료의 상전이 과정이 불쾌한 덩어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영양학상은 또고와 이딸리아 공동 연구에서 나왔다. 코고대학 오쿠무 교수와 이딸리아 볼로냐대학 보나파치 연구원 연구팀은 무지개 도마뱀에게 다양한 종류의 피자를 제공했다. 도마뱀들은 일관되게 ‘포치즈 피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공학상은 인도 연구진이 받았다. 인도공과대학 델리 샤르마 교수 연구팀은 운동화 냄새를 제거하는 신발장을 제작했다. 자외선 램프가 장착된 상자는 몇분 만에 세균을 제거했으나 동시에 신발을 태워버리는 허점도 있었다.
심리학상은 뽈스까 와르샤와대학 마르친 교수와 오스트랄리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 지냐크 교수가 수상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당신은 평균 이상 지능을 가졌다.”는 피드백을 제공했을 때 실제보다 더 자기도취적 성향을 보이고 자랑하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생물학상은 일본 국립농업식품연구기구 도모끼 연구원팀이 받았다. 연구팀은 소 세마리를 대상으로 흰 줄무늬를 칠하거나 검은 줄무늬를 더하거나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 조건을 적용했다. 이후 하루 두차례 30분씩 관찰해 파리 착지 수와 소의 퇴치 행동(머리 흔들기, 다리 내려치기, 꼬리 휘두르기 등)을 기록했다. 반복실험 결과 흰 줄무늬가 있는 소는 파리의 공격이 유의미하게 줄었다.
문학상은 미국 아이오와대학 의대 고 윌리엄 교수에게 추서됐다. 그는 35년에 걸쳐 자신의 손발톱이 자라는 속도를 꾸준히 기록하고 이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는 세상 모든 것을 탐구하려고 했다. 이 상을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그노벨상 재단은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한 후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업적을 치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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