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기대 이하 □ 리련화

2023-09-08 09:15:51

나의 생일에 외국에 있는 친구가 모바일 상품권으로 스타벅스 커피 3잔을 선물했다. 다년간 외국에 있으면서도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을 기억해줬다는 것과, 외국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나에게는 갑절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에 상대방의 취향을 저격하는 선물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상대방도 선물을 받을 ‘만단의 준비’를 할 것이고 기대로 한껏 부풀어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뜻밖의 선물은 그 가치를 떠나서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간편하게 휴대폰 터치 몇번으로 보내준 선물이지만 성의가 듬뿍하니 무겁게 느껴진 것은 ‘뜻밖의’ 선물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가 싶다.

행복지수는 늘 뭔가를 피동적으로 수용할 때 더 높았다. 반면 주동적으로 얻어낸 것은 그 재미가 반감된다.

한번은 친구가 휴대폰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에 뭔데 그렇게 슬프게 보고 있냐고 물었다. 친구가 정말 감동적인 영화라며, 눈물없이는 못 본다며 극구 추천하길래 일단 제목을 기억해두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영화평가사이트에 그 영화의 평점이 높게 나와있는 것을 보고 부쩍 구미가 동해서 모처럼 날을 잡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폭풍눈물에 대비해서 티슈까지 두둑이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영화는 생각 밖으로 너무 슴슴했고, 도대체 친구는 어느 대목에서 울컥했다는 거야? 이 대목인가? 저 대목인가? 하고 생각을 굴리는 사이에 차츰 재미가 슬해지고 졸음이 몰려와서 영화를 채 보지 못하고 꺼버렸다.

사실 관객 대부분이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올린 사실로부터 비추어볼 때, 영화는 훌륭한 영화고 감동적인 영화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 감동포인트를 찾겠다고 더듬더듬하는 사이에 재미와 감동이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를 보기 전에 평가를 보지 않고, 남에게 무엇을 추천할 때도 과대평가는 삼가한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훅 치고 들어오는 것에 오히려 더욱 큰 감동과 희열을 느낄 때가 많다. 려행을 갔다가 무심코 걸어들어간 골목에서 한창 작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도, 오래동안 방치해두었던 펀드를 우연히 열어보았는데 가격이 올랐을 때도 기쁨은 늘 두배로 다가왔다. 빽빽하게 적은 려행공략을 하나둘씩 정복하는 재미보다 예상치 않게 마주친 공연이 주는 행복감은 훨씬 컸다. 빈틈없는 려행계획을 짜고 그것 대로 움직일 때 내심의 만족은 얻을 수 있겠지만 가슴 설레는 행복은 없을 것이다. 계획내의 것이 주는 만족감은 딱 계획 만큼이다.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나름 대로 흥에 겨워서 펼친 작은 공연-그럴싸한 스피커도, 제대로 된 조명도 없었지만 느슨하게 제멋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의 작은 공연은 려행에서 돌아와서도 자꾸 생각나는 가슴 따뜻한 장면이 되였고 그것이 준 감동을 떠올릴 때마다 또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만약 내가 이 공연을 재밌다고 누군가에게 극구 추천한다면 그는 이 공연의 재미를 절대 캐치하지 못할 것이다. 강요하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은 없으니까.

그러니 불필요한 기대는 줄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며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뜻밖의 즐거움을 얻을 확률을 높여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인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미리 하지 않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나에 대한 호감도는 훌쩍 높아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참 쉽다. 기대치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액외의 행복을 얻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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