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연변 (외 6수)□ 박금춘

2024-05-17 08:09:49

9월의 들국화 축복 흔들어주고

2백만 우리 가슴 가슴에

행복의 금물결 출렁인다


여기는 내가 사는

사과배 고향


장장 70여년

자치주는 나이를 잊고

청춘의 열기로 뜨겁다


거리거리로 흐르는

치마저고리의 물결을 보는가

골목골목에 넘치는

두루마기의 흐름을 보는가


천혜의 장백산

전설의 두만강

해란강은 노래 부르고

부르하통하는 어깨춤에 신바람 났다


퉁소의 부드러운 메아리에

가야금이라고 뒤질소냐

둥기당기 현줄에

벼이삭의 가락 정답다


천리 타향 멀리 떨어져있어도

고향 향하는 마음들은

어머니 찾는 아기의 눈빛


하얀 이야기들이

하얀 꿈들에 받들려

춤추며 우썩우썩 자라는 곳


예가 바로 내 정든 고향

연변이다





산을 온통 생글거리게 만들던

노오란 나리꽃

하도 이뻐

정성 들여 집으로 모셔왔다


해살 밝은 창턱

근심 걱정 따위 아예 하지 말라

물도 매일 주고 벌레도 잡아주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웃음이 점차 마르더니

향기마저 엷어질 줄을


아 그리고

그 앙상한 가슴만 남아

나리꽃이란 마른 이름만 흔들고 있었다


다육이처럼 뿌리도 같이 옮겼을 것을

아름다움이 죄였을가

과욕도 죄값을 치러야 하는 것을



환률그라프


환률그라프 앞에 서면

미치고 팔짝 뛸 일만 남는다


잘 떨어진다 싶더니 툭 멈추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도 한다


화살표 끝을 따라

숨결이 가빠진다


주머니에 쿡 지른 손은

빈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고래싸움에야 새우등 터져야겠지

근데 저 화살은

이 한여름에 얼어붙었나

움직일 줄 모른다


가물에 갈라 터진 논바닥을 보면

내 가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진통에 숨이 칵 막혀도

터질 날이 오겠지


환률그라프 앞에 서서

래일을 지그시 깨물어본다



내 고향


설이면 고향이지

부모님 찾아가니

손때 묻은 사립문에 울컥

예전 같은 마을사람들에 또 울컥


어릴 적 그때는 여덟식구 둥글게 둘러앉아

물만두 곱게 빚어 이웃들 나눠주며

윷놀이 신명이 나서 웃음소리 넘쳤지


어느덧 쌍태머리 소학교 사라지고

사춘기 중학교도 어디로 가버렸나

동년의 꿈을 키우던 운동장에

낯선 어른이 되여 서있다


아 언제면 살찐 고향에 돌아가려나

산나물 우거진 내 고향으로



첫눈


첫눈이 포실거린다

조무래기들이 캬르르거린다

눈사람이 뚝딱 만들어진다


첫눈이 사그락사그락 내린다

련인들 핑크빛 꿈이

하얀 눈 우에 순수한 표정을 짓는다


첫눈이 하롱하롱 내린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애써 물들인

검은 머리카락 다시 하얗게 된다


첫눈은

엄숙하지 않아도 좋다



아기별


동녘이 희붐히 밝아도

고집스레 빛나는 저 아기별

누구를 기다리는 걸가

기다림이 빛난다


애모쁨 한웅큼에

사랑도 한두숟가락

눈물 따윈 저리 가라

눈빛만 초롱초롱


해가 떠오르고

아 끝내 아기별은

저녁에 다시 오마 약속 적어주며

살며시 사라진다



마음의 우물


내 마음에는 정갈한 우물 하나

왜 그리도 맑은 걸가

동년의 우물맛


내 마음에는 시원한 우물 하나

왜 그리도 달디달가

변함없는 우물맛


고향 떠날 때

정히 챙겨온 내 마음의 우물 하나

타향에서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언제나 갈증을 잊게 해주는

내 삶의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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