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편이야? □ 리련화

2023-10-13 08:58:40

어렸을 적에는 친구가 많지 않은 편이였던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친구가 고파서 많이 만들고 있다. 해변가에서 예쁜 조약돌을 줏는 데다 비유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놀다 보니 곱다고 주은 조약돌이 량쪽 호주머니가 꼴똑 차게 많아졌다.

물에 젖은 조약돌은 해볕이 돌돌 굴러갈 정도로 예쁘다. 막상 집에 가져와서 물기가 마른 후에 보면 어떤 조약돌은 너무나 수수한 그냥 돌이라서 주을 때 심정과는 완판 다른 심정이 되여 왈 내다 버리기도 했다.

옥스포드대학 진화생물학과의 교수 로빈 던바는 저서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상한수는 150명이라고 적었다. 이 리론이 유명한 ‘던바 넘버’이다. 여기서 말하는 150명은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련락하는 관계를 말한다.

진짜 친구는 이 던바 넘버와는 별개로, 신뢰와 헌신 등 최고의 가치를 공유하는 진짜 인생의 동반자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인맥을 유지하는 데는 정력과 시간, 그리고 금전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진짜 친구가 되려면 적어도 200시간 이상을 소요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일가, 친구가 되는 수순을 제대로 밟지 않고 훅 치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거부감부터 앞선다.

사람은 살면서 끝없이 친구를 만나고 또 가끔씩 결별하기를 반복하면서 그 속에서 성장하고 상처 입고 또 치유한다. 외로워서 친구를 만들지만 결국 다시 혼자 남아 더욱 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사귀기는 그만큼 인생의 큰 숙제이고 난제이다.

꽤 오래동안 가깝게 지낸 이성 친구가 있다. 초중부터 동창이였고 그 관계를 거의 30년이 되게 유지해왔다.

어느날 만남의 자리에서 내가 모순이 생겨서 련락을 끊은 친구의 얘기를 꺼내면서 “둘이 그런 오해가 있었다는데 량쪽말은 다 들어봐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길래 대뜸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물론 나의 마음을 버선목이라고 뒤집어보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 사이가 버성기게 된 리유는 그 책임이 어느쪽이 크든간에 량측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의 편이 되여줄 것이라고 믿었던 친구가 나에 대한 일말의 믿음조차 없어서 ‘량쪽’ 말을 다 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나의 마음은 가차없이 이 친구를 떠났다.

중요한 것은 친구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이지 친구의 잘못이 아니다. 가족이 잘못을 하면 불문곡직 비호부터 하게 되는 그런 마음, 그 정도의 사랑과 신뢰가 있어야 친구 사이는 가능할 것이다. 시야비야를 떠나서 진짜 친구라면 그 정도의 믿음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를 훼방 놓는 그런 시시껄렁한 말에 쉽게 흔들릴 거라면 그런 친구는 없어도 괜찮다. 그 정도로 나에 대해 믿음이 없었고 우리 그 정도로 엷은 사이였나 하는 섭섭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친구에 대한 믿음이 결여된 마당에 더 이상 마음 터놓고 따뜻이 술 한잔 기울일 마음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80년대에 태여난 독신자녀들이 장성하여 사회의 중견이 된 지금 시대에 친구는 형제자매 맞잡이이기도 하다. 각자 제 잘난 멋에 사는 요즘 시대에 각 방면이 모두 맞는 진짜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일가,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와주는 인연은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막역지교, 문경지교, 환난지교, 망년지교, 팔배지교, 관포지교 등등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이야기를 되새겨읽으면서 그런 단단한 사이는 리해관계로 얽힌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경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또한 상대의 능력에 대한 긍정에서 온다. 그러니 내 자신부터 부단히 노력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단단한 우정을 유지하는 방법중의 하나이기도 하겠다.

아직도 좌충우돌 만남과 리별을 반복하면서 성장과 치유를 거듭하는 우리, 그 까닭은 이 세상에 아무리 배신이 란무해도 친구는 언제까지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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