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숨은 공간’이 열렸다

2023-10-23 08:33:20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공간인 방공호는 원래의 역할과 기능을 지나 현재는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몇해 전에 찾았던 중경에서 방공호를 생활과 상업 시설 및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전쟁의 력사를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인 방공호가 평화로운 지금 시대에서는 버려진 도시의 흉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중경은 방공호를 활용한 도시재생으로 관광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최근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꽤 유명한 왕훙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도 버려져 방치돼있던 방공호를 활용한 관광지가 개발되면서 관광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버려졌던 방공호는 관광지로 개발되며 입구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중국조선족민속원에서 차로 6분거리, 연길시 소영진 리화동마을에 자리잡은 방공호자연풍광레저마을은 방공호를 기반으로 민박, 캠핑, 커피, 오락, 민속, 생태, 홍색 등 콘텐츠를 하나로 엮어낸 종합형 레저마을이다.

연길시에서 유일하게 시민과 관광객에게 관광지로 개방된 이 방공호는 총 길이가 1000여메터로 1970년대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진 지하피난시설이였다. 오랜 시간 ‘숨은 공간’이였던 방공호는 입구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적당한 밝기의 조명이 설치되여있었고 높이가 썩 높지 않은 동굴에서 안락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심에서 맞이하는 갑작스러운 동굴체험은 신선함을 안겨준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푸릇푸릇 자리난 이끼가 낀 돌들도 보인다.






방공호를 방문하면 먼저 과거의 기억을 만나게 된다. 해설사가 동행하면서 내부 공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탐방이였겠지만 아직 대외 개방 초반이라 관련 서비스는 준비되여있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을 걸어다니면서 인간의 생존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시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들의 두려움과 희망이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탄탄한 콩크리트 벽과 긴 복도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는 듯했다.

거기에 더해 방공호는 이제 전쟁의 흔적을 넘어 현대인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관광지 책임자인 구광평에 따르면 명년부터는 방공호 특유의 서늘함을 리용해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방공호라는 특별한 분위기와 시원함 속에서 풍성한 재료와 함께 끓이는 샤브샤브 맛은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해줄 듯싶다.

방공호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들도 준비중에 있다. 와인과 같은 지하 주류 저장고와 김치 저장고를 조성하여 관광객을 맞이하게 되는 데 그중 김치 저장고는 관광지가 특히 공들이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방공호 내부는 김치 발효에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김치 만들기 체험과 김치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김치 저장고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으로 500만원이 프로그램 개발에 투입되게 된다. 김치저장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기업+촌민+촌집체’ 경영모식을 도입해 김치 가공부터 판매 경로까지 확보함으로써 촌민경제를 이끄는 데에도 힘을 보태게 된다.

방공호 주변에는 아늑한 커피숍과 전통민박이 마련되여있다. 커피숍에서는 방공호의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향긋한 커피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주말이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거기에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한적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 민박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공호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를 발견할 수 있다. 연길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이 전망대는 이곳을 찾는 또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특히 해질녘의 붉은 노을과 함께하는 도시의 야경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지난해에 운영이 시작된 방공호 관광지는 일자리 창출, 환경 개선, 농민소득증대 등 마을의 발전에 힘이 되고 있다. 마을에 관광지가 들어서면서 토지와 주택 임대계약을 맺은 마을 주민의 년간 소득은 올 한해에 만 3000여원에서 5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마을 발전을 위해 판매하는 커피 1잔당 1원을 기부해 발전기금을 조성했는데 두달동안 1만 1000원이 모아졌다. 올 9월 방공호레저농업종합체는 길림성농업농촌청으로부터 ‘흥업’컵 제7회 길림성농촌창업대회 초기창업분야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력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방공호에는 ‘애국교양기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공간인 방공호는 원래의 역할과 기능을 지나 현재는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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