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체계 구축과 독서 □ 정은봉

2023-10-27 08:28:44

책 읽는 사람이 가뭄에 콩 나 듯이 적다. 그럼에도 구석구석 훑어보면 홀로 또는 모임을 만들어 독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수준에 맞지 않는, 체계가 없는, 선후 순서 없이 읽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 읽는 사람보다는 백배천배 낫다는 점에는 담론의 여지가 없다. 단 순서와 체계 없이 읽을 경우 독서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함은 물론, 왜곡된 지식체계와 함께 본인조차 리해가 안된 내용을 실생활에서 억지로 주장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1000년 넘는 시간 동안 유지되였던 중국의 지식체계 구축과정을 보자.

중국에서는 글을 익힐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천자문을 배웠고 천자문 다음으로 삼자경, 백가성까지 배운 다음 시경, 상서, 례기를 끝냈고 이어 대학, 중용, 주역 등을 시작했다.

이 같은 체계구축은 하늘과 땅 즉 자연과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 사이의 리치를 큰 틀에서 먼저 배운 다음 차츰 세부항목을 익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경우도 비슷하다. 어려서는 감각, 운동능력, 사회성과 기초언어교육을 받은 뒤 차츰 도덕가치, 시민의식, 사회적응 등으로 확장하고 그 다음 본인의 취미에 따라 본격적으로 전문분야에 진입한다.

그럼에도 지식구축의 구조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제목에 끌리는 책을 선정하여 읽는 경우가 너무 많다.

물론 요즘은 마케팅을 위하여 출판사에서 내용과 무관한 화려한 제목을 달거나 일본식으로 그럴싸하게 제목을 풀어 쓰는 경우도 많아 자칫 표지나 제목의 함정에 빠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제목에 몇번은 낚였다 해도 후속 독서에서는 기초 쪽으로 이동해야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출 것임에도 또다시 화려한 제목을 찾는 것이 반복되면서 결국 뜬 구름 잡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처음 무엇부터 읽었고 또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의심의 여지없이 전래동화이다.

생각 없는 요즘 엄마들은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서양의 이상한 이야기나 창작이야기를 아이에게 쥐여주나 불과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전래동화가 시작이였고 현재까지 유효한 선택이다.

그것이 이미 검증된 이야기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평생을 살아도 우리의 삶이란 결코 전래동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래동화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심리학이나 그 뿌리 리론이 어디에서 온 것조차 모르는 뉴 에이지 도서를 읽는다고? 그리고는 당분간 심리상담을 업으로 하고 싶다 한다.

이건 블랙유머이다.

상징, 지리, 력사, 사회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소설 몇편을 읽고 문학도로 자처하며 창작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 역시 블랙유머이다.

얼핏 무조건 체계를 갖추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는 않다. 항상 의문을 가지고 추적하고 메모하는 독서습득 습관으로 책을 읽으면 시간은 많이 걸려도 언젠가는 앞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소된다.

말은 쉬운 법이다.

지식체계와 금전리익은 본질적으로 아무 상관 없음에도 다들 뭐라도 배워 서둘러 돈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눈치인 판에 그만한 인내심이 있을지 의문이다.

나누는 방법에 사람마다 차이가 나겠으나 세상의 지식체계를 철학, 력사, 사회, 경제, 정치, 과학, 예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같은 분과들은 모두 내재적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내부의 복합작용 또는 외부의 교차작용을 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지평을 넓혀준다.

철학은 인생, 륜리, 사고방식, 인간의 본질에 대한 리해를, 력사는 과거의 사건과 인물들로부터 현재와 미래에 대한 리해를 넓히는 것처럼.

그러다보면 우리의 학습은 1단계에 포함된 분류를 습득하고 다시 2단계에 포함된 분류를 배우는 라선형 구조 또는 하부를 높이는 주식그래프 같은 구조가 형성된다.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분명 있다.

쉽게 말하면 심리학을 배우고 싶다 하여 단순 심리학 책 몇권을 읽는다고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 력사, 과학, 사회 등의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심리학의 1단계에 이르렀다면 다시 철학, 력사, 과학, 사회의 심도 있는 학습을 진행하고 심리학의 2단계에 이르러야 심리학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병행하여도 상관은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보의 신뢰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비판적인 사고체계가 구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식 정규교육을 받아야 기초지식을 구축할 수 있는 것처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부 학과는 박사까지 졸업하였다 해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뿌리 없이 허황된 것들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인간을 자원으로 보면서 끝없이 목적성이 강화된 세태에서 그런 학과는 점점 더 추가되고 더 많은 무탄트들이 만들어진다.

책을 읽는 순서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어 적절한 순서와 의문을 가진 꾸준한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저 거대한 코끼리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 꼬리를 붙잡고는 코끼리 전체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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