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기 □ 남명일

2023-11-17 09:06:47

《채근담》에는 “땅이 낮으면 바다가 되고 사람이 자신을 낮추면 왕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낮추다.’라는 글 속에는 삶의 지혜가 깃들어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말로만 떠드는 것이다. 얼마 전 있은 동창모임에는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성 직속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창도 참석했다. 술이 서너순배 돌자 그는 슬슬 자기자랑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자기가 지금 출근하는 병원에서 중요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병원을 찾을 일이 있으면 자기를 찾으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는 것이다. 그가 취중에 한 말이라 기타 동창들은 웃음으로 넘겼지만 그의 자기자랑은 도를 넘기 시작했다. 그는 연변의 이름 있는 의사들은 거의다 면목이 있다는둥, 자기 말 한마디면 큰 돈을 퍼붓지 않고도 편리하게 병을 보일 수 있다는둥 하여간 자기를 의료계통의 마당발로 지칭하며 혼자 좌석을 쥐락펴락하며 떠들었다. 당시는 허구픈 웃음으로 넘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과도한 자기자랑에만 열을 올린 그 동창이 어처구니가 없어보이고 자기를 내세우려는 그가 불쌍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는 속 빈 강정처럼 으시대며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능력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을 과시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 하찮고 무지한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를 과시하고 거드름을 피울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단점과 약점을 모조리 로출하기 때문이다.

현실 생활에서 많은 사람이 실패를 하는 리유 또한 자신을 과시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만일의 경우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신의 목적이나 의도를 만천하에 자랑하듯 떠벌이면 자연스레 보이지 않는 적수의 계책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일을 처리하고 목적이나 의도를 감추는 사람은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이들에게는 누구나 도무지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신비감과 친근하면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자신의 목적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꿈을 이루고 목적한 바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최고의 택배 물류회사인 순풍택배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순풍택배회사를 설립한 왕위 회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업가》라는 잡지는 왕위 회장을 가리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한 택배왕’이라고 지칭했다. 왕위 회장은 본래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한번도 자신의 성과를 자랑한 적이 없다. 왕위 회장에 대해 아는 사람은 한결같이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순풍 택배회사는 직원이 21만여명에 달하고 년간 수익은 200억원에 달하는 거대 민영기업으로 도약했다. 뿐만 아니라 택배회사를 넘어 항공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 순풍그룹은 국내 화물 항공운송량의 17%를 차지하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물류회사로 성장했다. 왕위 회장은 《창업가》잡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을 세우고 명성을 얻었을 때에 자신의 처신을 잘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일상과 다름없는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의 재주만을 믿고 남들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한 적이 있다. 이 얼마나 겸손한 말인가. 무릇 태도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적절하지 않은 때에 자기 과시를 하며 거드름을 피운다면 제아무리 뛰여난 인재라고 해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공연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 앞에서 재산이나 능력을 뽐내며 자기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자랑하는 능력이란 쥐꼬리만한 재간에 불과하며 그런 사람들은 결국 지나친 욕심에 무너지고 만다. 반면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묵묵히 력량을 키워서 결국에는 성공을 이룬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큰일을 도모하기 위한 자기 수양이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오히려 자신의 지혜를 돋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릇 “큰 지혜를 가진 현자는 어리석은 바보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가장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오히려 자신의 지혜를 돋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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