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세월이 만들어낸 라전칠기

2023-11-23 15:17:51

"제대로 된 자개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반년, 길면 2년이다.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오랜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다."


온통 민속공예품으로 가득 찬 작업실에서 라전칠기 장인 최창선을 만났다. 그는  수십년이 넘는 세월을 한 길만 걸어온 장인이다.

실처럼 켜낸 자개 우에 상사칼을 조심스럽게 대고 ‘툭’ 끊어낸다. 굳은살이 두텁게 박힌 투박한 엄지 손가락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이리 보면 자색이고 저리 보면 청색인 얇은 자개가 가지런히 누워있다. 다시 한번 칼을 들어 자개를 끊어낸다. 적게는 불과 몇 밀리메터의 길이로 자개를 일정하게 끊어내는 작업에 상사칼의 각도와 방향, 심지어는 숨결 한 줌도 자개의 빛갈을 다르게 만드는 변수가 된다.

최창선 장인이 작업을 끝낸 그릇을 들어 올린다. 기계로 찍어낸 듯 셈세하고 졍교한 문양이 오색으로 빛난다. 자개를 켜켜이 쌓고 오리고 끊어내 비로소 만들어지는 라전칠기, 촤창선의 오랜 인내와 그보다 더 무거운 세월들이 이 오색 자개우로 함께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선족라전칠기제작공예는 현재 주급 무형문화유산 전통공예 종목 명부에 이름이 올라있다. 대표 전승인은 물론 최창선이다.

“라전칠기는 부의 상징이였습니다. 라전칠기 장롱, 그릇은 인기 혼수용품였고 안방을 차지한 화려한 자개장 하나로 그 집안의 품격이 정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최창선은 모든 만남에서 늘 라전칠기의 력사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라전칠기는 조선족 전통칠기 중 하나로 가공하고 잘라낸 조개껍질 조각을 끼워 넣어 무늬를 만드는 칠기이다. 조선족라전칠기 공예는 력사가 오래되여 2000여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다. 8, 9 세기에 이르러 라전칠기는 공물품이자 민간의 사치품이 되였고 19세기 중반에는 라전칠기 공예를 포함한 다양한 제작기술이 조선족 거주지역으로 전해졌다.

라전에 쓰이는 조개는 주로 목제품인 칠기에 붙여졌다. 옻칠을 한 나무 제품 표면에 아교나 부레풀 등 전통 접착제를 바르고 붙이고 다시 생칠하여 건조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작업을 반복하면 점차 라전이 확실히 고정되는 데 다시 삐뚤어진 부분을 연마하고 광을 내서 완성하는 데 촤창선의 라전칠기작품의 특별한 점이라면 진달래 문양과 같은 조선족 특새 문화요소를 집어넣는데 있다.

최창선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자개 문양은 치밀하고 섬세했다.


조선족라전칠기제작공예 제3대 전승인인 촤창선의 할아버지는 원래 조선 함경북도 출신으로 20세기 초 룡정으로 이주해 정착했는 데 당시 촤창선의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유명한 목수였다 한다. 집을 짓고 소달구지, 전통 옷장,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데 솜씨를 보였고 라전장식 기술에도 능숙했다. 그리고 아버지 최철수와 최창선에 전수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대대로 라전칠기공예기술을 물려받은 최창선은 이후 연변예술학교 차종률 선생의 지도로 더욱 체계적인 기술을 익혀갔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창선이 라전칠기의 길을 걸은 것은 당연한 순차였을지도 모른다. 수강생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고 다른 이는 허투루 넘어갈 부분도 집요하게 다듬어 흠이 없었다.

일찍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자개를 갈고 붙이며 하나둘 그의 작품들이 늘어났다. 최창선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자개 문양은 치밀하고 섬세했다. 길림성 관광상품대회와 중국국제관광상품박람회에 조선족 민속공예 장인으로서 작품을 올리고 전국 공예대회 등 각종 공예품 대회에서 상을 쓸어담았다. 우리 지역이 왕훙 관광지로 되면서 점차 민속풍정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창선의 작품은 중국조선족민속원을 비롯한 돈화중성조선족생태촌, 화룡진달래촌, 도문공신창 등 인기탐방지로 뻗어갔고 연길서역, 연길공항 등에도 그가 만든 민속공예품이 진렬되여 있다. 올해에는 그의 ‘연변예술장식공정’ 공방이 연변대학 실천교육기지로도 선정이 되였다.

현재 조선족라전칠기로 대표 장인에 오른 이는 최창선이 유일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문화도 생활도 바뀌기 시작했고 주택에서 아빠트로 변호하는 주거 환경에는 소반과 장롱이 필요하지 않다. 장인들의 땀과 노력을 비집고 공장 기계가 만들어낸 특수 자개박이 나오면서 전통 라전칠기 장인들은 사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최창선은 오랜 시간 민족의 삶에 스며들어 시대를 풍미했던 전통공예 예술이 앞으로 사그라지는 것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제대로 된 자개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반년, 길면 2년이다. 눈앞이 캄캄해질 만큼 오랜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다. 라전기술을 취미로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진지하게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우리 무형문화유산인 라전칠기가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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