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다 진달래꽃이 피고 촌마다 렬사기념비가 있다’는 말처럼 연변 대지에는 부동한 력사시기의 렬사 1만 7740명과 1200여곳의 혁명력사유적지가 있다. 수많은 렬사들이 피를 흘려 행복을 지켜낸 것처럼 수백년이 지난 지금 ‘붉은 피’가 흐르는 이 땅에서 ‘후손’들은 사명감으로 혁명렬사비를 지키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기념비 지킴이’인 이들은 렬사기념비 그리고 그 주변의 흙 한줌, 풀 한포기까지 정성으로 돌보며 붉은색 력사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렬사기념비에서 애국주의 활동을 전개하는 두상룡.(왼쪽 첫 사람)
◆ 1세대 ‘기념비 지킴이’의 뒤를 이은 2세대
청명절을 하루 앞둔 3일, 두만강변에 내리쬐는 따스한 해살이 룡정시 삼합진 삼합촌 제4조에 자리잡은 혁명렬사기념비를 따뜻하게 감쌌다. 기념비에 새겨진 이름들은 빛에 젖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삼합촌의 혁명렬사기념비는 다른 곳의 기념비와 달리 묘지의 서북쪽 모서리에 기념비가 세워져있습니다. 이는 지난 60여년간 렬사기념비를 지켜온 고 리은기 로인의 제안으로 세워진 것입니다. 로인은 이렇게 하면 영웅들이 새 중국의 따뜻한 해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1세대 ‘기념비 지킴이’인 리은기 로인의 뒤를 이어 2세대 ‘기념비 지킴이’로 그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길림출입경변방검사총서 삼합변방검사역 근무 2대 부대장인 두상룡은 청명전 기념비를 청소하느라 바빴다.
‘기념비 지킴이’들이 대를 이어 지키고 있는 삼합촌의 혁명렬사기념비는 1964년에 건설됐다. 당시 룡정시 삼합진 청천촌당지부 서기였던 리은기 로인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 영웅들을 외롭게 둘 수 없다.”며 마을 당원 30여명과 함께 자원봉사 청소팀을 꾸렸다. 그렇게 우직한 마음으로 리은기 로인은 2022년 12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8년간 사랑과 정성으로 렬사기념비를 지켰다.
2004년, ‘국경 지킴이’로 삼합촌에 온 두상룡은 마을에서 리은기 로인을 만났다. 로인으로부터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또 지난 10여년 동안 로인이 묵묵히 기념비를 지키고 영웅정신을 계승하는 모습은 두상룡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58년간 렬사비를 지킨 리로인이 돌아간 후 로인의 뜻을 이어받아 두상룡은 삼합촌당지부 서기 류가승과 함께 ‘기념비 지킴이’를 도맡았다. “기념비를 지키는 것은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는 로인이 남긴 휴대용 접이식 의자를 유품으로 삼아 “변경을 지키는 사명감으로 렬사기념비도 지킬 것입니다.”며 명절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렬사기념비를 찾아 청소하고 보수하면서 리은기 로인이 그랬던 것처럼 영웅렬사들의 이야기를 널리 전파하고 있다.
'13렬사릉원'을 청소하는 류국신.
◆46년간 렬사들의 ‘벗’으로 기념비 지켜
청명절을 앞둔 훈춘시 영안진 대황구촌, 아직 쌀쌀한 봄바람이 스치는 이른 아침이지만 류국신 로인은 집을 나섰다. 46년째 변함없는 그의 목적지는 마을 외곽의 ‘13렬사릉원’이다.
1979년,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류국신 로인은 가장 먼저 렬사기념비를 찾을 만큼 어릴적부터 듣고 자란 렬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류로인은 13명의 렬사가 잠든 ‘13렬사릉원’에서 의무 ‘기념비 지킴이’로 렬사들의 ‘벗’이 되여주었다.
렬사들에게 천지개벽의 변화와 행복한 지금의 생활을 들려주고 싶은 류로인은 새 정책이 실시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늘 청소를 마치고 기념비 앞에서 렬사들에게 ‘보고’를 하군 한다.
겨울에는 눈을 치고 여름에는 잡초를 제거하고 가을에는 락엽을 치우고… 류로인은 안해까지 동원해 하루에 끝내지 못하면 이틀 동안 하고, 이틀도 안되면 삼일 동안 청소를 하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늘 기쁜 마음으로 렬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46년간 변함없이 묵묵히 그곳을 지키고 있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고생하냐?”는 말도 하지만 류국신 로인은 “이 나이에 당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며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아 력사를 배우고 미래를 열어가길 바랍니다.”고 속마음을 내비췄다.
이른 봄바람이 렬사기념비를 스치는 즈음, ‘기념비 지킴이’들은 다시한번 청소도구를 손에 들고 기념비 앞에 허리를 숙인다. 그들의 등뒤로는 움트는 새싹들이 혁명의 피로 물든 이 땅을 온화하게 감싸고 있다. (3)
추춘매 기자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