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한 모험가□ 손예진

2026-08-21 09:10:49

인류학발전사에서 현지조사에 오래동안 신성한 색채가 부여되였다. 연구자가 타지에 가 언어를 배우고 토박이들과 같이 살아가면서 객관적인 민족지를 써내는 화면이 각색되였다. 그러나 진정한 현지조사는 어떤 것일가? 영국의 인류학자 나이젤 바리가 《천진한 인류학자》라는 책으로 현지조사에 대한 학계의 랑만적인 인상을 타파했다. 전에도 현지조사의 현실을 발견한 인류학자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밝힌 첫 학자는 바리이다.

나이젤 바리는 영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작가이다. 1947년에 영국에서 태여났고 옥스퍼드대학 인류학 박사이다. 그는 켐브리지대학에서 공부했고 1980년부터 2003년까지 대영박물관 민족지학부에 재직하며 보조관리자 겸 부속 인류학박물관 관장을 맡았다.

그는 1977년 아프리카 까메룬의 다와요족을 연구하기 위해 현지조사에 나섰다. 학계에서 배운 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관련 문헌을 읽고 간단한 현지어를 익히고 카메라와 록음기, 노트북을 챙겼다. 직접 현지인과 함께 살며 그들의 친족 관계와 의식, 행동들을 기록하면 그들을 리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훌륭한 민족지를 써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까메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모든 계획은 빗나가기 시작한다. 연구 허가를 받기 위해 그는 수많은 곳을 오가며 진땀을 뺐다. 서류 하나를 받으려면 다른 서류가 필요했고 그 서류를 다시 받으러 갔을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나있었다.

다와요족 마을에 도착한 후의 생활은 더욱 처참했다. 첫날부터 말라리아에 걸려 40도가 넘는 고열로 며칠을 누워있었다. 또한 각종 피부병에 시달리며 그는 ‘인류학자’이기 전에 ‘생존자’가 되여야 했다. 비가 오면 사는 집은 지붕에 구멍이 뚫려 물바다가 되기 일쑤였고 짚차는 수없이 고장났다.

현지인과의 소통도 만만치 않았다. 배워온 언어는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고용한 통역관은 자주 답변을 즉흥적으로 지어냈다. 또한 그가 선물을 건네야만 마을 사람들은 질문에 답변했고 그가 연구를 주도한다기보다 현지인들의 생활 리듬과 요구에 휘둘려야 했다. 그는 현지인들이 자신에게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천진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유머러스한 필체이다. 학술 보고서처럼 딱딱하게 쓰지 않고 자신의 실패와 어리석음을 낱낱이 까발리면서도 결코 우울해하지 않는다. 자학 섞인 롱담과 생생한 에피소드로 독자를 웃게 만들면서도 타문화를 리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겉으로 보기보다 험난한 작업인지 진지하게 전달한다.

그는 처음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현지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그는 자신의 리해가 얼마나 제한적이였는지 고백한다. 그리고 그 “리해하지 못함”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이 책은 학술론문 대신 유머와 자조로 가득찬 에세이가 되였다.

그렇다면 바리의 현지조사에 대한 천진란만한 상상은 어디에서 왔을가? 당시 학계의 미흡함과 학계가 현지조사에 부여한 랑만색채 등등 때문에 바리는 당연히 현지조사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허나 현장에 들어선 뒤 상상과 현실의 격차를 겪고 기대가 무너졌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현지조사 경험이 없는 사람 기준으로 그의 준비는 비교적 충분한편이였으며 실제 현지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였다. 사실 바리는 상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념두에 두고 미처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방안을 더 많이 고민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고 이는 경험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이는 학계의 훈련방식 자체에 존재하는 문제점이기도 한데 교과서에서는 이런 돌발상황에 맞다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리의 천진한 상상은 학계의 훈련방식과 개인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현지에 도착해서 상상이 깨진 현상으로부터 무엇이 탄로났을가? 바리가 겪은 처참한 경험들은 현지조사는 결코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바리는 인류학자이기 전에 밥을 먹어야 하고 병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생활 면에서의 어려움은 조사에서 없애야 할 부분이 아닌 조사대상 자체이다. 또한 인간관계 면에서도 바리는 점차 자신과 현지인들의 관계가 상상했던 협력관계가 아님을 깨달았다. 바리의 립장에서 그는 분명히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현지인들은 바리가 계속 질문을 해오는 이상 기회를 잡고 편의를 얻어도 괜찮다고 여겼기에 이러한 관계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리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거래에 불과했다.

천진했던 상상이 깨지고 바리는 천진함을 잃어버렸을가? 아니다. 천진함의 의미가 바뀌였을 뿐이다. 전에는 무턱대고 천진했으나 상상이 깨진 후엔 자기가 리해할 수 있는 한계치에 대해 깨달았다. 그는 책의 마지막부분에서 “아직도 나에게는 리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라고 솔직히 적었다. 처음에 다와요족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자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도하고 기록하며 글을 쓰고저 하는 그이기에 결코 천진함을 잃지 않았다.

《천진한 인류학자》는 인류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한 한 지식인의 생생한 모험기이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웃음과 공감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유쾌하게.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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