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3부터 자치주 창립 기념일 휴식이 사흘로 늘어나면서 뜻하지 않게 기쁨이 커졌다.
해볕도 적당하고 바람도 적당하고 모든 것이 적당한 때에 사흘간의 공휴일이라니! 게다가 주말부터 시작해서 닷새를 쭉 휴식할 수 있다니!
놀기를 좋아하는 베짱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는 휴일이 좋다. 휴일이 되면 집청소부터 깨끗이 하고 이어서 내 한 몸 목욕재계한 다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쏘파와 한몸이 되여 영화를 보거나 독서를 한다. 그것이 내가 충전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를 쉽게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면 내성적이고 주말에 북적북적한 곳에 가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면 외향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는 뛸 데 없이 내성적인 성격인 듯하다.
20대에는 아침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쉴 새 없이 돌아치면 보람찬 하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접어드니 대사률이 떨어져서 그런지 이제는 의미 있는 일 한가지만 완성해도 그것이 보람차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더우기 휴식일이 소중해진다. 휴식을 통해 그 다음단계에 충실하게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니까.
친구는 이 기회에 량가 부모님을 모시고 산동 연태로 려행을 떠났다. 개학을 맞아 관광 성수기도 한풀 꺾인 터라 항공권이며 호텔가격이며 모두 훌쩍 내렸다. 관광지에도 사람이 적어서 정말 제값을 주고 느긋하게 관광을 즐겼다는 친구의 려행후기에 내심 부러움이 앞섰다. 아이들 방학을 기다려 려행을 떠나다 보니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호주머니를 털어야 했던 지난 여름방학의 억울함이 약간 위로받으려 한다. 앞으로 9.3련휴는 연변인민에게 또 하나의 작은 관광고봉이 될 것 같다.
한편 연길에 놀러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9.3련휴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시기가 될 것 같다. 9.3기간 연변은 자치주 창립을 경축해 다양한 문화관광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볼거리, 놀거리, 체험거리가 훨씬 풍부하다.
올해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의 드론 조명쇼와 꽃불야회, 중국조선족농악무 관련 시합과 표현, <오색아리랑> 공연, 씨름시합, 조선족민속례의주제순회표현활동 등 다양한 경축행사가 연변의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주 내외 대중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마련하고 명절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중 8000대가 가까운 드론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미지와 1만 8000여발로 밤하늘을 수놓은 꽃불쇼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융합으로 자치주가 걸어온 72년의 려정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연변인민의 지향과 추구를 보여줬다.
이번 9.3기간에 나는 스위스의 알프스까지는 몰라도 내몽골 초원이 부럽지 않은 연길과 룡정 사이 어디쯤 되는 곳에서 천막을 치고 초가을의 해볕을 만긱했다. 늦여름의 푸르름은 아직 벗겨지지 않은 연변 대지에 바람만 시원하니 사계 분명하고 자연재해가 적은 이 지역에 사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9.3 저녁엔 가족이 함께 아리랑광장에서 드론쇼를 구경하고 근처에 자리를 옮겨 좋아하는 양꼬치에 맥주 두잔을 하니 이같이 여유로운 휴가가 또 있을가 싶다.
내성적인 나는 앞으로도 굳이 힘들게 멀리 려행을 떠날 필요도 없이 9.3기간에는 ‘우리 동네’에서 놀려고 한다. 연변이 특색 있는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유명 브랜드 체인점들도 하나, 둘씩 입주하기 시작하니 굳이 대도시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가장’하고 주내 관광지부터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연변 매력 재발견’ 투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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