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재미로 사시나요? □ 리영일

2025-12-12 09:36:05

(1)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재미’는 필수적인 동력이다. 재미는 단순히 쾌락의 차원을 넘어 무엇에 이끌려 스스로 몰두하게 만드는 힘을 의미한다. 돈을 버는 재미, 글을 쓰는 재미, 커피나 술을 마시는 재미, 음식을 만들거나 자녀를 양육하는 재미 혹은 연구하고 묵상하는 재미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다채로운 재미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지탱한다. 물론 삶은 때로 재미 없이도 지속되여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재미’가 없다면 삶은 활력을 잃고 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언젠가부터 주변에는 이 몰두할 대상을 잃고 삶의 재미를 상실한 이들이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2)

언젠가 모모와 마주앉아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모모1: 중년의 위기일가? 사회적인 보편적 현상일가?

모모2: 사회적 보편적 현상에 중년의 위기가 겹쳐진 것이지.

모모2: 엄숙주의, 경건주의, 순결주의에 재미를 붙여야 하는데.

모모1: 그러게 말이요.

모모2: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여가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모모1: 충전의 시간으로 말하면 현대자본주의사회는 휴가에 배려적이지요.

모모2: 프랑크푸르트학파 주장인가요.

누군가는 지금 겪고 있는 재미의 부재를 ‘중년의 위기’라는 사회적 보편현상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여가시간이 늘어났고 이 시간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3)

한 교수가 롱담 반 진담 반으로 ‘재미학’이라는 학과를 세우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 시대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산업사회는 로동중심이였다면 현대정보사회는 아이디어중심의 사회인데 재미있게 뭔가를 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휘된다는 론지이다. 산업사회는 시키는 대로 하는 사회라면 현대사회는 다르게 하는 사람을 수요한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론지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1995년에 《로동의 종말》을 썼다. 15개 국어로 번역되고 300여개 대학교의 교재로 사용되였단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수고스러운 로동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로동을 종말시킨다. 이는 첨단기술로 세계를 지배하는 소수의 엘리트집단의 출현과 불가피하다. 현대사회는 어떤 로동을 수요하는가. ‘재미학’을 웨쳤던 교수의 이야기는 ‘재미의 로동학’처럼 들리기도 한다.


(4)

놀이는 재미있어야 논다. 일차적으로 재미없는 놀이는 불가능하다. 호이징하는 《호모 루덴스》에서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인류학, 언어학, 철학, 심리학, 종교학 등 령역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면서 법률, 전쟁, 지식, 시, 철학, 예술 등 분야와 놀이와의 관계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분석하였다. 삼국지에서의 전쟁규칙은 군자적이며 유희적이다. 현대에 와 전쟁의 양상은 너무 참혹해졌다. 《에로티즘》의 저자 바따이유는 로동과 놀이를 엄밀하게 구분하였다. 즉 로동은 로동이고 놀이는 놀이라는 것이다. 로동은 리성적인 령역이라면 놀이는 굳이 리성적이여야 할 리유는 없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라는 개념으로 현대사회구조를 분석한다. 이를 ‘취향’ 혹은 ‘습속’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취향은 재미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가 한 사람이 속한 계층구조를 보여준다. 골프를 즐긴다는 것과 당구를 즐긴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계층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계층불평등은 취향의 차이 그 기호로 나뉘여지고 구분되여진다. 보드리야르의 《사물의 질서》를 패러디하면 ‘취향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5)

재미를 내재한 사람은 혼자서도 잘 논다고 한다. 하지만 력설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놀이(혹은 대체 행위)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연구생들에게 일평균 얼마나 숏폼 영상을 ‘넘겨보는지(刷视频)’ 물어보니 평균 2~3시간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는 ‘딱히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휴대폰을 계속해서 펼쳐보는 것이다.

일부 숏폼 영상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1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은 아무 생각 없이 펼쳐봐도 되도록 말초신경을 자극하거나 감각적 혹은 가벼운 유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미가 없으니 그냥 펼치는 것’이고 제공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되는 것이다. 이 무의식적인 소비와 강력한 중독성은 현대인들이 진정한 몰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재미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숏폼이라는 림시방편을 선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우리가 어떤 종류의 재미를 분류하고 소비하는가에 대한 분석은 한 사회의 문화수준과 건강상태를 비춰주는 단면이 될 것이다. 이 시대,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던져본다.

  ‘요즘 무슨 재미로 살고 계십니까?’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