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강한 눈보라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겨울 기온은 섭씨 령하 60~70도가 보통이고 1968년 8월에는 령하 88도까지 내려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겨울엔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이어지고 극지 특유의 강풍까지 불어친다. 이런 극한상황에서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긴의 월동지혜는 놀랍다.
겨울이 다가오면 황제펭긴 무리는 극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이 생태계 법칙이지만 황제펭긴은 이와 반대로 가장 추운 곳을 찾는다.
이 력설적인 선택 뒤에는 놀라운 생존전략이 숨어있다. 가장 추운 곳은 포식자인 바다표범이나 범고래의 접근이 어려운 안전한 장소이며 또한 새끼를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극점에 도달한 펭긴 무리는 서로 몸을 맞대고 촘촘히 포개 원을 만든다. 먼저 바깥쪽 펭긴이 안쪽 펭긴들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둘러싼다. 체온이 가장 필요한 암컷과 알 그리고 새끼들을 중심부에 위치시키고 서로를 향해 밀집하여 거대한 원을 형성한다.
얼마 안 지나 바깥쪽에 서있는 펭긴새들은 차거운 바람을 직접 맞아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안쪽에 있던 체온을 유지한 펭긴들이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이동하여 추위를 막아주고 체온이 떨어진 펭긴들은 안쪽으로 들어가 체온을 회복한다. 수천마리의 펭긴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체온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살아있는 보온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이 같은 교대시스템이 그 어떤 강제성이나 명령이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펭긴들은 서로의 필요를 읽고 타이밍을 맞추어 위치를 교환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 움직임은 약 30초에서 60초 간격으로 일어나며 집단 전체가 약 1시간에서 2시간마다 완전히 새로운 배렬을 형성한다.
이 시스템은 모든 황제펭긴들이 ‘때로는 나의 불편함이 너의 생존이 되고 때로는 너의 희생이 나의 생명이 된다’는 원리를 깨닫고 있기에 가능하다. 펭긴들은 바깥쪽에 있을 때는 집단의 보호막이 되고 안쪽에 있을 때는 체온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희생은 곧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황제펭긴의 이런 겨울나기 시스템은 단순한 생존전략이 아니다. 각 개체가 집단의 안녕을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련대의 실천이다. 바깥쪽에 서있는 펭긴들은 자신이 추위에 더 로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단의 생존을 위해 그 위치를 자청한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적응 행위를 넘어 생명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협력과 헌신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감동적인 교훈을 전한다.
이러한 선택은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우리도 안락함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전사회적인 전염병이 닥쳤을 때 의료진들이 교대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습,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부담을 나누기 위해 역할을 교대하는 모습은 모두 황제펭긴의 겨울나기 시스템의 인간버전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성장과 발전은 종종 편안한 령역을 벗어난 도전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진정한 련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 공통 목표에 대한 헌신 그리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내가 바깥쪽에 서서 다른 이들을 보호해야 할 때가 있고 내가 안쪽에 서서 회복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이 나를 보호해줄 때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로 가득차있다. 기후 변화, 경제적 불평등, 전세계적 건강 위기 등은 모두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전들이다.
이러한 시대에 남극 황제펭긴의 생존전략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가장 어두운 추위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향해 걸어가 서로를 품을 때 우리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처한 상황이 달라서 견해에 차이가 생길 때 한박자만 호흡을 늦추고 상대방의 립장에서 생각해보는 지혜가 있어야겠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며 내 것을 내려놓아야 상대방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다.
진정한 협력이란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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