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은 진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2023-07-10 08:33:00

장마철이다. 섭씨 30도를 넘기는 후텁지근한 날들이 이어진다. 이런 여름날에는 에어컨 바람이 최고겠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시면서 나무그늘 시원하게 지어진 숲을 거닐어보고 싶어진다.

련속 며칠 하루종일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더니 맑은 하늘에 고운 구름이 두둥실 떴다. 이렇게 구름이 아름다운 날에는 습지공원에 가면 멋진 구름을 볼 수 있을 듯싶어 부랴부랴 채비를 해서 돈화시 대석두아광호국가습지공원을 찾았다. 3년 만에 드디여 다시 출입이 개방된 습지공원이다.

려행이든 답사든, 떠나서 만나는 공간으로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만한 데가 없다. 흔히들 놀거리나 먹을거리가 잔뜩 있는 유원지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은 풍경을 기웃거리거나 그 풍경 속에 잠기는  걸 즐기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딱이다.

이곳은 원초적인 생태와 인간의 힘이 만들어낸 마음의 안식처이다.

국가4A급풍경구인 이 습지공원의 총부지면적은 2291헥타르, 그중 습지면적만 1380 헥타르, 화려하게 진한 이 초록의 공원 곳곳을 누빌 수 있게 깔려져있는 나무잔도의 길이는 무려 6킬로메터가 넘는다.

천천히 나무잔도를 따라 공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눈을 부릅뜨고 풍경을 살필 필요도 없고, 바삐 길을 서두를 필요도 없고, 반드시 찾아야 할 곳도 없다. 그게 푸르른 자연의 세상에 든 사람들이 저도 몰래 익히는 느긋한 여유이다. 어딜 가도 비슷하게 펼쳐지는 푸르름에 온전히 마음과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진입로로 들어올 때만 해도 길을 가득 메우던 탐방객들은 어느 락엽송숲으로, 어느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갔는지 비여있는 숲길에 문득 우리만 남겨져있었다. 사위는 조용했고 우리가 나누는 도란도란 말소리는 숲으로 나직이 퍼졌다가 사라지군 했다. 가끔 만나는 탐방객들도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남기고 스쳐지나갔다.

그렇다고 이곳에 심심한 푸르름만 있는  게 아니다. 습지에서 자라는 갈대 사이사이로 절정을 이룬 보라색의 붓꽃과 흰색의 산부채가 한가득 끼여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인즛샹을 남기기에도 제법이다.

갈대습지 중간 즈음에서 잠간 쉬여간다. 이곳에는 한눈에 다 안겨오지 않을 정도로 아츠랗게 넓은 련꽃늪이 있다. 우리가 찾은 6월은 좀 일찍해 활짝 핀 련꽃과는 마주하지 못했다. 7월말 즈음에 찾으면 화려하게 꽃을 피워올린 늪과 만나게 된다.

련꽃늪 바로 옆에 지어진 정자에 앉아 귀를 기울이면 풀벌레 우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습지공원 어디나 사람들이 편안히 쉬여갈 수 있는 쉼터가 많다.

그늘은 두껍고 푸르름은 화려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거기에 청량한 공기는 자연이 덤으로 주는 선물이다. 길고 깊게 숨을 내쉴 때마다 우리의 몸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푸른 자연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택이다. ‘천연삼림산소탕크’로 불리는 아광호국가습지공원 전체의 공기중 PM2.5 농도는 립방메터당 3마이크로그람 이하, 음이온 함량은 립방센치메터당 5000개에서 1만  3000여개로 조사됐다.

참고로 PM2.5 농도가 립방메터당 35마이크로그람 이하면 1급 공기, 음이온 함량이 립방센치메터당 1500개 이상에 달하면 청정공기 표준이다. 음이온 함량이 립방센치메터당 2만개 이상에 달하면 의료보건효과도 있단다.

습지공원 곳곳에는 다양한 조형물로 된 포토존이 있다. 산책로를 느직이 걸으며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지만 맘에 드는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무잔도의 맨 끝자락에는 아광호가 있다. 푸른 물길이 아득히 먼 산밑까지 이어지고 인공호수가 여름바람에 작은 파도까지 일으킨다. 땀을 식혀주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 바람이 실어다준 살짝 비릿한 민물냄새마저 무시하게 만든다.

1972년에 사용에 투입됐다는 아광호는 면적이 200여헥트르에 달한다. 수질이 좋아 1킬로그람이 넘는 붕어도 잡힌다고 하니 보물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또 한가지, 습지공원에는 야생동식물도 많다. 야생식물은 248종이 있는데 그중 국가2급 보호식물인 홍송, 돌콩, 들메나무, 피나무가 포함된다. 야생동물은 241종, 우리 나라 나아가 세계에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많다. 공원입구에 동식물표본관이 세워져있으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두시간 넘게 여유를 부리며 거닌 공원을 빠져나오는데 문득 눈에 띄는 나무표지판이 있었다. 무심결에 들여다본 표지판에 씌여진 글귀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계절에 물들고 계절을 넉넉히 품는다’

  글 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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