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 박계옥

2023-03-03 09:22:31

할아버지의 땀방울은

옥수수 알 만큼 크고

할머니의 땀방울은

팥알처럼 붉게 물들었었지


산기슭 밭머리에는

풀냄새외에 또 다른 냄새가 났어


아버지의 땀방울은

흰적삼 볼품없이 절여놓았고

어머니의 머리수건은

대야에서 건져낸 빨래 같았지


논도랑과 개울물은

묵묵히 바라보며 밭을 적셨지


정월대보름날 오곡밥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숨결이 전설로 살아있는 것을


오곡밥을 먹고 있노라면

풀밭의 귀뚜라미도

논밭의 뜸북새도

다가와 알은 척 머리를 끄덕끄덕


나는 지금 똑똑히 듣고 있지

뿌리 깊은 나무

손에 쥐워준 계주봉이

끊임없이 울려주는 박동소리


흙냄새 땀냄새 배인 오곡밥

대를 이어온 명약

병든 가슴 씻어내고

녹쓴머리 윤나게 닦아주려니


어험, 얘들아

  어서 모여앉아 오곡밥 먹자구나.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