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부터 연변도서관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진짜 도서관’ 연수려행 프로젝트가 독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년간 150여 가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독서의 경계를 허물고 책 속의 지식을 현장 체험과 민족문화 그리고 력사 교육과 결합시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단순한 체험학습을 넘어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지역문화를 계승하는 독특한 문화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서관의 ‘벽’을 허물어
오래동안 도서관은 정적인 공간의 상징이였다. 정돈된 서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고요함이 도서관의 미덕이였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서 종이책만으로는 청소년들의 넘치는 탐구심과 다변화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변경지역이자 다민족 거주지역인 연변에서 공동체 교육이 자칫 형식적이고 파편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연변도서관은 이러한 고민 끝에 ‘책 속의 지식은 추상적이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문화는 생명력이 있다’는 확신으로 책장을 덮고 밖으로 나가는 ‘혁신적 독서모델’을 채택했다.
‘관찰+체험+상호교류’를 핵심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식을 활자에서 해방해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은 현대가정의 고질적인 소통부재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였으며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다민족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토대가 되였다.
◆우리 지역의 보물창고 열어
우리 지역은 조선족 민속문화와 혁명력사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문화의 보고이다. ‘진짜 도서관’ 프로젝트는 이 풍부한 자원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선으로 련결해 연변 전역을 거대한 학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민속의 온기를 만나볼 수 있는 광동촌에서 아이들은 조선족의 전통적인 전원생활을 립체적으로 체험했다. 박물관 유리창 너머로 보던 민속도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전통음식을 만들어보며 민족의 삶이 녹아있는 문화의 온기를 느낀다. 여기서 민속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삶의 양식으로 다가왔다. 력사의 숨결을 들을 수 있는 룡정에서 아이들은 선조들이 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견뎌온 인고의 세월을 들었고 연길시력사문화박물관에서는 여러 민족이 교류하고 융합하며 만들어온 화합의 발자취를 확인한다. ‘중화민족은 하나’라는 거대 담론은 유물과 기록을 통해 아이들의 머리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였다.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는 력사현장인 화룡영렬관과 동만특별위원회 유적지 등 혁명렬사들의 발자취가 남은 곳에서는 애국정신을 배웠다. 고난의 시대에 함께 피 흘리며 싸웠던 력사는 아이들에게 공동체의식의 뿌리가 무엇인지 일깨워줬다.
여기에 더해 현대적인 ‘도시서재’에서는 디지털 자원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이 이루어진다. 과거의 전통과 미래의 기술이 도서관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이는 순간이다.
◆작가와 기술의 만남
연변도서관 프로젝트의 차별점은 ‘기록’과 ‘내면화’에 있다. 단순히 구경하고 돌아오는 려행이 아니라 작가가 전 일정에 동행하며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한다.
체험을 통해 얻은 감동은 글쓰기 과정을 거치며 체계적인 지식으로 축적된다. 아이들은 작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감상을 글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론리적 표현력은 물론 삶과 문화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각을 갖게 되였다.
또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체험은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문화전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가상 현실로 력사의 현장을 복원하거나 디지털 아카이브(자료 전산화)를 탐색하는 과정은 ‘전통의 현대화’를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였다.
◆고능률 모델로 도서관 가치 확산
연변도서관 관장 김혁은 “연변도서관의 ‘진짜 도서관’ 연수려행 프로젝트의 성공은 정밀하고 능률적인 자원통합, 깊이와 온기를 겸비한 콘텐츠 설계, 수요에 부응하는 형식의 혁신 덕분이였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연변의 지역적 우세를 기반으로 도서관, 박물관, 기업, 농촌, 홍색지역 등 다원적인 자원을 통합하여 ‘문화+교육+관광’의 연수 생태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원의 효과적인 응용을 실현했다. 또한 중화민족공동체의식 확고히 수립을 핵심으로 다양한 문화를 유기적으로 융합했으며 지식 전달과 능력 배양은 물론 정서적 공감과 가치관 인도에도 주력했다. 아울러 ‘부모 동반+전문 지도’ 모델을 통해 참여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가정의 참여의지와 활동만족도를 높였다. 규범화된 접수 절차, 학부모의 전 일정 동참 요구 그리고 전문 서비스 팀의 보장은 활동이 안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담보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모델이 고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아 복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각 현, 시의 도서관은 ‘자원 통합+주제 설계+부모 참여+전문 지도’라는 핵심모델을 참고하여 현지의 력사문화, 민족특색, 산업강점을 결합한 개성 있는 연수로선을 구축할 수 있다. 복잡한 하드웨어 시설이 필요치 않아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셈이다.
김혁 관장은 “‘진짜 도서관’ 프로젝트의 실천은 지역 특색에 립각하고 독자의 요구에 부합하며 시대적 주제에 긴밀히 결합해야만 문화활동이 비로소 강한 생명력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이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산 및 연장하여 더 많은 청소년이 연수과정에서 문화를 계승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통해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여러 민족이 공동으로 단결하고 분투하며 함께 번영, 발전하는 데 강력한 정신적 동력을 제공하련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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