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가 (외 5수)□ 김정권

2024-08-02 09:14:26

황토 묻은 흙반죽을

꽈악 움켜쥔 터실터실한

아버지의 주먹손,


풀면 스르르 물앉는다


땀물에 씻겨내리는

민낯 우에서

지긋이 내리누르는

올감자 옹버치 아래

거부기등처럼 휘여진

어머니 곱사등,


펴면 우두둑 소리난다


쥐들이 호롱불너울 쓰고

시집와서 후손들 암야의

축구경기를 구경한다



사람, 나에게 빛을 다오

나무, 나에게 빛을 다오


꽃, 나에게 빛을 다오

새, 나에게 빛을 다오

달, 나에게 빛을 다오


빛, 나에게 어둠을 다오


박꽃1


한밤내 피였다가

시들은 박꽃 보고

밤새야, 서운타

말을 마라


하얀 살갗 찢어

어둠에 헹구어선

걸레처럼 쥐여짤 때

너는 무얼 했던고?


박꽃2


어둠을 기다려

가만히 옷 벗은

소녀의 속살을

우리는 보지 말자


그 속살이 얼마나

희고 깊은가는

미친듯이

그 속살 파먹고

사라지는

저 달빛에 물어보자

씨암탉


황산골 황령감네

사위가 오던 날

온 집안이

경사났다 야단인데

다만 씨암탉만은

숨이 한줌만하다


이른 아침 마누라가

쥬쥬쥬쥬쥬 하며

닭을 부르자

닭은 하늘 향해

구구구구구(救)!한다


-이놈의 닭이

한족사위인 건

어떻게 알고…


쥬쥬쥬쥬쥬…




버선인 양

신었더니

맨발이더라


장갑인 양

끼였더니

빈손이더라


벙거지인 양

썼더니

  이불이더라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