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0년 전 대규모 화산폭발로 매몰된 고대 로마 도시 ‘봄베이’에서 고대 로마 건축기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새롭게 발굴됐다. 최근 현장 연구를 통해 고대 로마인은 균렬을 스스로 고치는 기능이 있는 콩크리트를 사용해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마시치 연구팀은 봄베이의 건축현장을 발굴하고 분석한 연구결과를 10일 국제학술지 《자연·통신》에 발표했다.
봄베이는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묻히며 그 시기의 모습이 그대로 봉인된 도시라 고대 로마의 일상과 건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건물, 벽화, 도구, 시신까지 보존돼있어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어떻게 살고 일했는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봄베이 유적지에서 화산폭발 당시 공사가 진행중이던 건축현장을 발굴했다. 건축현장에는 미처 사용되지 않은 콩크리트 원재료 더미, 지붕 기와, 석회, 도구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콩크리트는 석회에 석고와 물을 넣은 세멘트, 물, 모래, 자갈을 섞어 굳힌 건축재료이다. 세멘트가 물과 만나면 화학반응이 나타나 세멘트가 모래, 자갈 사이를 접착하는 풀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바우스가 남긴 건축 리론서 《건축 10》에 따라 고대 로마인은 석회에 물을 먼저 넣어 석회를 풀고 이를 다른 재료와 섞어 콩크리트를 만들었다고 추정해왔다.
연구진은 유적지에서 발견된 견본을 정밀 분석한 결과 고대 로마인들이 열을 리용한 ‘핫 믹싱’이라는 공법을 사용해 콩크리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석회를 불에 구운 가루와 화산재, 자갈 같은 마른 재료를 먼저 섞어 두었다가 마지막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한 뒤 굳히며 콩크리트를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고대 로마인 방식으로 콩크리트를 만들면 콩크리트가 균렬을 스스로 메꾸는 ‘자기 치유’ 기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콩크리트에 시간이 흐르면서 균렬이 생겨도 석회 조각이 물과 만나 녹았다가 다시 결정화되면서 콩크리트가 균렬을 스스로 메꾼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단순 고고학적 흥미를 넘어서 고대 건축력사에 대한 우리의 리해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며 “결국 로마의 구조물들이 수천년을 견딜 수 있었던 리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고 해석했다.
오랜 세월에도 스스로 균렬을 메우는 로마식 콩크리트는 오늘날 전세계가 겪는 기반시설 로후화와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유지관리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마시치 교수는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고대 로마인의 방식에 현대 기술과 결합해 ‘저탄소’, ‘높은 지속성’, ‘자기 치유’ 특징을 가진 콩크리트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됐다.”며 “과거가 주는 교훈이 미래 건축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