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실 그리고… □ 김은희

2024-09-05 09:01:38

“삶이 내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새의 선물》은 한국 당대 유명 녀류작가 은희경의 대표작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인 이 책은 은희경 소설세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69년 겨울, 마을에서 ‘서흥동 감나무집’으로 통하는 집의 대문을 열면 우물가를 중심으로 두채의 살림집과 한채의 가게집이 보인다. 한쪽 살림집은 이 집의 주인집으로, 해가 밝았는 데도 늦장을 부리며 이불에서 나오지 않는 ‘영옥 이모’와 그런 이모에게 퉁을 놓으며 밭에 일하러 갈 채비를 마친 ‘할머니’ 그리고 실랑이하는 두 사람을 례사스럽게 쳐다보는 열두살의 녀자아이 ‘진희’가 있다. 여섯살에 엄마가 돌아가고 그 후 아버지마저 어디론가 사라지자 진희는 할머니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진희는 “삶이 시작부터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의 예리한 직관과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자신 앞에 일어나는 일과 주위의 사람을 꿰뚫어본다.

그런 진희의 눈에 비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가? 한명 한명이 고유명사이자 어떤 류형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모습은 다채로우면서도 개성적이다.

우선 또 다른 살림집에 살고 있는 ‘장군이 엄마’ 와 ‘장군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 험담하기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장군이 엄마는 시시때때로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유복자로 태여날 때부터 이미 효자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 장군이는 어리무던하고 순해서 매번 진희의 관찰 대상이자 실험대상으로 선택된다.

네칸으로 이루어진 가게집에 들어앉은 ‘광진테라’와 ‘뉴스타일 양장점’의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입만 열면 ‘이 인간 박광진, 왕년에 말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년대기를 늘어놓는 허세 가득한 이 시대의 ‘풍운아’인 ‘광진테라 아저씨’와 그런 아저씨 옆에서 바지런하게 생활을 꾸려가는 속 깊은 ‘광진테라 아줌마’, 그리고 양장점에서 보조로 일하며 “신분 상승의 야심을 위해서”자신의 실력을 련마하는 ‘미스 리 언니’는 소설 곳곳에서 작품에 유머러스한 활력을 불어넣거나 때로는 긴장을 고조시키며 독자를 강하게 몰입시킨다.

그리고 소설의 다른 한 축에는 그 시대에 대한 세밀하고 풍부한 묘사가 자리해있다. 편지를 통해 첫 련애를 시작한 영옥 이모의 련애 과정은 그 시절 청춘들의 사랑과 리별의 풍경을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보인다. 침착하고 리해심이 많은 광진 테라 아줌마가 어느 날, “꾹꾹 눌러 저장하고 있” 던 가슴속 고통을 ‘엄청난 폭발력’으로 터뜨리며 하는 돌출적 행동은 당시 녀성들을 누르고 있던 압력의 세기를 짐작하게 한다. 또 “삶에 대한 나의 통찰을 완성시켰”다고 여길 만큼 다양한 진희의 독서목록과, 가파르게 변화하며 때로는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당시의 상황 또한 소설에 풍성함을 더한다.

하지만 《새의 선물》의 결정적인 장면은 무엇보다 그 유명한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태도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는 순간이다. 삶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열두살 아이가 터득한 태도, 자기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함으로써 삶을 랭철하게 이끌어가려는 이 태도는 랭철함이 랭정함이나 차가움과 같은 말이 아니라 성실함의 다른 말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다시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것은 곧 삶을 성실히 대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태도일 테니 말이다. 작자 은희경 특유의 날카로움과 예리함이 탄생하는 순간은 이렇듯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었다.

열두살, 이미 삶을 완성한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낸 삶과 사랑의 진실에 대한 빛나는 통찰, 진희의 시선을 통해 제시되는 삶에 대한 모험적, 도전적 통찰은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해체하며 《새의 선물》 출간 30돐을 앞둔 오늘날까지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성장소설로서의 면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를 배반하는 통쾌함이 담긴 소설로 다채로운 등장인물이 서로 부대끼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소녀 진희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상식을 뒤집는 역설과 격언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인간 성숙과 함께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인생 자체에 대한 랭소로부터 비롯된 랭정한 진희의 시선은 다채로운 등장 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빚어내는 여러가지 희극적인 삽화들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부단히 되묻게 한다.

은희경의 소설은 무엇보다 술술 잘 읽히고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련민과 아픔을 숨기고 있다. 그의 소설 매력은 또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의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랭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지금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좋아하는 책”, “이 작품을 읽고 다른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새 은희경 작가의 팬이 되였다.”…

제1회 한국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은 그 사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성장소설의 새로운 경전, 리정표로 자리매김하고 세대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깊은 사랑과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来源:延边日报
初审:南明花
复审:郑恩峰
终审:崔美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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