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의 무게□ 원홍범

2026-07-10 09:15:11

아프리카 깊은 내륙에 사는 원주민들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는 한가지 특별한 지혜가 있다. 원주민들은 물살이 사나운 강을 건널 때 어깨에 일부러 무거운 돌을 메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세찬 물길에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에 무거운 돌을 메고 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겉보기에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무거운 돌이 바로 그들을 살리는 열쇠이다. 돌의 무게가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춰주고 물살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무거운 돌이 오히려 몸을 땅에 단단히 붙잡아준 덕분에 원주민들은 거센 물결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반듯이 걸어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흔히 ‘짐’이라고 하면 피해야 할 것, 벗어버려야 할 것, 얽매이고 괴롭히는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미니멀리즘 즉 간편주의를 내세우며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고 가벼워질 것을 권한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삶은 오히려 위험하다. 아무런 책임과 목표, 애착도 없는 삶은 마치 뿌리 없는 나무처럼 작은 바람에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어깨에 얹어진 짐의 무게는 우리가 세상을 붙잡고 서있을 수 있는 힘이고 그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우리 존재의 깊이와 품격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력사 속 위인들은 모두 자신만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갔다. 마틴 루터 킹은 인종차별이라는 암울한 시대에 평화와 정의라는 무거운 사명을 어깨에 메고 수많은 모욕과 위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짐은 그를 넘어뜨리기보다 오히려 그의 발걸음을 더욱 단단하고 당당하게 만들었다.

공자는 “사람은 뜻이 없으면 죽은 것과 같다.”고 하였고 맹자는 “하늘이 큰 임무를 내릴 때는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한다.”고 말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고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순간까지 철학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았고 그 짐은 후세에 영원한 빛이 되였다. 이는 삶의 무게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더 큰 성장과 성취를 위한 디딤돌임을 일깨워준다.

짐은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드는 것이 아니라 등에 짊어진다고 해서 ‘짐’이라 부른다. 짐은 또 그 사람이 감당해낼 수 있는 무게의 최대치까지를 ‘짐’이라 부른다. 따라서 가끔 내려놓음의 미덕을 이야기하지만 짊어짐의 가치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부딪치는 일중에서 ‘짐’이 아닌 게 없고 따지고 보면 ‘짐’ 없이 사는 사람 또한 없다. 이 순간에도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 늦은 밤까지 탁상등 아래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힘든 사회생활에 부대끼면서도 하루하루를 착실히 보내는 직장인, 이들 모두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짊어진 짐이 바로 그들의 중심이며 그 짐을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지금 짊어지고 있는 그 짐이 부끄럽거나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용기는 짐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짊어지는 책임, 의무, 인간관계, 사랑 심지어는 고통과 상처까지도 그 자체로는 무겁고 버겁게 느껴진다.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주어진 짐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그 짐을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깊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많은 미완성 작품과 연구라는 짐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화의 정점을 찍었고 큐리부인은 방사능 연구의 위험과 사회적 편견이라는 무거운 돌을 메고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짐이 없었다면 그들의 삶은 깊이를 잃었을 것이고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많은 것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력사적인 위인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박한 책임과 의무 역시 각자의 인생이라는 거친 강줄기를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고마운 버팀목이자 삶의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무게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아니다. 발목을 붙잡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무게와 땅을 딛고 서게 하는 무게는 분명히 다르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과도한 집착, 남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타인과의 비교 의식처럼 우리를 짓누르기만 하는 짐도 있다.

강을 건너는 원주민이 돌의 무게와 강물의 속도를 정확히 계산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짐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나를 고립시키는 짐은 내려놓고 나를 성장시키는 짐은 당당히 어깨에 올려야 하는 분별력이 필요한 것이다. 짐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는지 발목을 잡는지를 판단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

무거운 돌을 지고 강에 들어선 원주민들은 서로가 메고 있는 돌의 무게를 살피고 조정한다. 때로는 한 사람이 너무 무거운 돌을 메고 있다 면 다른 이가 나누어 짊어지기도 한다. 이는 인간사회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축소판이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짐이 있지만 타인의 짐을 나누고 함께 견딜 때 비로소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다. 련대와 공감은 우리의 짐을 절대적으로 줄여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견디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은 과도한 경쟁과 불확실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취업 준비, 경제적 독립, 인간관계의 복잡성 등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어깨를 누른다. 그러나 우리가 그 짐의 무게를 옳바르게 인식하고 조금이나마 덜어줄 때 이들은 한층 성숙해지고 삶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결국 나이와 세대를 떠나 삶의 무게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겁다. 중요한 것은 그 무게를 외면하거나 불평하는 대신 서로의 굳은살 박힌 어깨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마음이다. 내가 짊어진 돌의 무게 만큼 타인의 고단함을 헤아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이름으로 이 험난한 세상의 물살을 헤쳐 나갈 위로의 힘을 얻게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가볍게 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있게 무게를 견디는가이다. 강을 건너는 원주민이 돌의 무게 덕분에 물살을 이기고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적절한 무게는 우리를 떠내려가지 않게 붙잡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오늘도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돌을 메고 삶이라는 강을 건는다. 짐이 무거울수록 고개는 수그러지고 허리는 굽어지며 걸음걸이는 조심스러워지고 시선은 낮아진다. 무거운 짐을 질수록 사람은 잘난 체 하지 않고 몸가짐을 조심하게 된다. 그 돌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무거운 돌은 나중에 당신을 강 건너 편안한 안식처로 인도할 것이다.

자신의 짐을 직시하고 그 무게를 견디며 성장하는 삶, 이것이 바로 돌을 지고 강을 건너는 지혜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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