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늘 (외 7수)□ 김학송

2024-08-02 09:14:26

저 하늘처럼

열린 가슴으로 살면

내가 가는 길은 늘 꽃길이리


비우면서

비우면서

더 풍요로워지는 법을

소리없이 가르치는 하늘이여


발걸음이 쌓여서

길이 되듯이

착한 마음 모여서

미래가 된다고


하늘은 속삭이네 어머니처럼…



내 속에 사과배나무가


저 해살을 잘게 부수어

내 속에 집어넣고

사과배나무 한그루 키우리


꿈의 토양에 깊은 뿌리 드리워

비바람도 잘도 견디고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고

돌보다 단단하고

하늘보다 높이 자라는


그 나무의 그늘 아래

나의 목숨은 늘

주렁진 꿈을 안고

일어서리라


먼산


산은 제 모습이 서럽기라도 하듯

어깨를 들썩인다

산신령들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안개를 붙잡고 투정 부려도

바위의 뿌리는 력사가 되여

삶의 무게를 지긋이 누른다

실없이 웃는 패랭이꽃과는 달리 늘쌍

고뇌에 잠긴 산은, 해와 달과 별과

무언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오늘도 산은 제 무게에 눌리워

주저앉는다



함박꽃


내 고향 뒤동산에 유월이 붉어

부끄러운 사연에 이슬 맺히면


오래된 바람에 꽃잎은 울고

향기는 정을 머금었구나


오늘도 그 언덕, 그 산자락에서

날 보고 생글 웃는 예쁜 소녀야



나는 추억을 먹고 산다


나는 부자다

추억의 부자다


가난한 달빛과

실타래처럼 엉킨 세월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우뢰가 나를 낳고

번개가 나를 키웠다


내 어찌 그 모든 지난날에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부자다

추억의 부자다

나는 추억을 먹고 산다



감정로동자1


세상에 별난 업종도 있다

‘감정로동자’라는 신조어가

내 시의 곁으로 다가올 줄이야


별로 이상해할 것도 없다

곰곰히 생각하면

시를 쓰는 나도 감정로동자다


감정을 발효시켜

시의 빵을 빚으니

내가 그래

감정로동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감정의 온도를 조절해가며

덜 익지도 타지도 않게

시의 빵을 구워내는 나


나는 언어를 료리해

식탁에 올리는

감정로동자가 분명하다



감정로동자2


봉사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모두 감정로동자다


감정을 운전하는

기술의 달인이다


령혼의 색갈이

얼굴에 무지개로 비끼면


손님들의 마음에

꽃이 피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하루가 행복해진다


감정로동자도

아마츄어와 프로가 있으니

등급을 나누어

로임을 주었으면 좋겠다


사랑


잡힐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요리조리 피해서

도망치더라


구름과 구름 사이로

안개와 안개 사이로

  너와 나의 마음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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