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 박일

2026-08-14 08:55:43

연해도시에 사는 응구, 경수 그리고 나는 옛날 한고향에서 같이 자란 소꿉친구들이다. 우리가 선후하여 이곳에 왔을 때는 저마끔 자리를 잡느라고 자주 얼굴 볼 사이가 없었지만 몇해 전부터는 셋이 모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보름이면 멀다 하게 모이군 하였다.

그날도 휴일이라 우리 셋은 단골로 다니는 ‘고향맛집’의 익숙한 식탁에 둘러앉았다.

─나 핸드폰이 고장 났어. 새걸로 바꿔야겠네.

경수가 응구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하자 핸드폰에 정신이 팔린 응구는 고개를 숙인 채 퉁명스레 한마디 던진다.

─그럼 바꿀 거지 뭐가 문젠데?

─그러니까 응구 너, 나한테서 가져간 돈 돌려달란 말이야.

─뭐라구?

응구가 번쩍 고개를 쳐들며 소리를 지른다.

─그… 2000원? 내 줬잖아!

─무슨 소리야? 언제 날 줬는데?

─지난번! 바로 여기서!

─난 받은 적 없어!

─난 줬다니까 분명!

경수와 응구는 서로 쏘아보며 목에 피대를 세운다.

─명오야? 혹시 넌 지난번 만났을 때 이 녀석이 나한테 돈 주는 걸 봤니?

경수도 그렇고, 나를 보는 응구 역시 간절한 눈길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날 나는 응구가 경수한테 돈을 건네는 걸 본 기억이 없다.

─허허, 글쎄다…

그렇다고 진실을 모르면서 함부로 누구 편에 설 수도 없는 처지라 나는 말끝을 흐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휴대폰으로 먼저 경수한테 그 사실에 관해 물었더니 녀석의 답변은 이러했다.

─응구가 내 돈 2000원을 가져가면서 한달내로 돌려주겠다던 것이 벌써 3개월도 지났어, 그러니 요즘은 그 녀석만 보면 머리에서 그 일이 맴도는데… 내가 정신 나갔다고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고집하겠니?

이번엔 응구한테 그 일을 캐여 물었다. 했더니 응구는 음성통화를 끄고 다시 영상통화 신청을 보내왔다. 녀석은 미칠 것 같아서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팡팡 두드리는 모습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말했다.

─석달 전에 내가 확실히 경수한테서 돈 2000원을 빌렸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불현듯 생각났던 거야, 그래서 며칠 전 만날 때 명심하고 현금 2000원을 지갑에 넣어가지고 갔었거든! 그랬던 내가 왜 경수한테 그 돈을 주지 않았겠니?

─그럼 혹시…

내가 다시 물었다.

─그날 술을 많이 먹다 보니 경수한테 돈 주는 일을 깜빡하고…

─깜빡이라니? 그럴 리 없어! 이튿날 내 돈지갑에는 분명 그 돈이 없었거든.

─응구야! 혹시… 이튿날 지갑에 그 돈이 없었다면 너의 집 식구들중 누군가 손을 댔을 수도…

─야! 요즘 우리 집엔 나 혼자 뿐이다… 명오 너 왜 내 말은 믿지 않으려고 하는 거니?

다음날 저녁, 나는 급히 응구와 경수를 ‘고향맛집’으로 불렀다.

─하하하, 너희 둘이 돈을 줬네 안 줬네 하며 다투던 그 사건의 진짜 비밀을 알려주려고 오늘 이렇게 부른 거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스무장을 꺼내 식탁 우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응구도 경수도 놀라서 얼음강판에 자빠진 황소눈이 되였다.

─그날 우리 셋은 모두 술이 거나했는데 그중에서도 응구 너는 몸이 흐트러져 걸음도 바로 못 걸었어, 응구야! 내가 널 저 앞에 있는 큰길까지 부축해 가서 네 녀동생 차에 밀어넣던 일 생각 나니?

─어?!… 아마 그랬던 거 같아!

응구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차에 오르던 네가 갑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더니 나한테 넘기며 경수를 주라고 했어. 이게 웬 돈이냐고 물으니… 그 녀석한테 주면 알 거라며 네가 팔을 홱 저었잖아, 그런데 내가 식당에 돌아와보니 경수 너도 집으로 가버리고 없더구나…

─그런데 명오야! 너 왜 그 일을 인제야 말하니?

경수와 응구는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동시에 입을 벌린다.

─허허 미안! 기실 그 일은 나도 깜빡 잊고 있다가 어제 저녁에야 알게 된 거야. 우리가 술 마신 그 이튿날 아침, 장인어른이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안해가 급히 청도로 떠났다가 어제 저녁에야 돌아온 거야. 안해는 떠날 때 술에 취해 늘어진 내 바지 호주머니에서 2000원을 뒤져서 가져갔었다고 하더구나. 그 돈이 바로 응구가 내 손에 쥐여주었던 돈이였어. 그러니 경수가 돈을 안 받았다는 말도, 응구가 돈을 줬다는 말도 다 맞는 말이였어. 하하하.

내가 소리 내여 한바탕 웃는데 경수와 응구는 어느새 서로 부둥켜안고 상대방의 등짝을 때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며칠 후, 나는 집에서 어머니의 70세 생신잔치를 벌리게 되였다. 경수는 말없이 우리 관례 대로 부조돈 1000원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응구는 돈 1000원에다 2000원을 더 얹어서 가만히 내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것이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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