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한다. 황혼은 하루의 끝자락이며 인생의 마지막 장면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황혼의 진짜 가치는 해가 지는 시간이 아니라 그 빛이 얼마나 따스하고 깊은가에 달려있다고. 그리고 그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나이와는 별개로, 정신년령이 간직한 젊음의 힘이다. 멋진 황혼인생이란 결국 정신년령에 있다.
황혼의 아름다움은 인생의 락조가 붉게 타오르는 순간처럼 장엄하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로년의 부단한 자기 성장과 정신년령의 승화에서 기인된다.
생리적 로화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지만 정신년령만은 가꾸기에 따라 얼마든지 그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의포단장, 옷매무시와 얼굴을 깔끔하게 가꾸는 것은 타인에 대한 례의이자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꾀죄죄한 모습은 타인에게 주는 이미지를 흐리울뿐더러 본인의 정신적 게으름을 로출하는 행위이다. 허나 그것이 요란한 치장이나 분에 넘치는 사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에 걸맞은 세련됨, 편안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자연스러운 자태야말로 바람직한 로년의 풍경이다.
외적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적미를 가꾸는 일이다. 내면이 텅 비고 언행이 시대를 따르지 못한다면 아무리 고급 화장품과 명품 옷으로 휘감아도 결국 언행이 나이를 로출할 것이다. 내면의 기질이 우아하게 우러나올 때 비로소 외면의 단장도 빛을 발하며 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법이다. 그래야 진정 멋진 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인 나이는 한해 두해 늘어가도 정신적 나이는 가꿀수록 줄어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로년의 지혜이다. 황혼기에 접어들어도 생리년령과 정신년령이 반비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신년령을 반비례로 역전시킬 수 있을가.
그 답은 명확하다. 바로 시대의 맥박에 맞춰 신생사물을 대담하게 받아들이며 젊은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현대식 로인’이 되는 것이다. 얼굴에 기미가 끼고 주름이 느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정신적 로화속도는 자신의 노력으로 늦출 수 있을뿐더러 사고방식 만큼은 녹쓸지 않도록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한다. 젊은이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현대식 로인’이 되는 것, 그것이 곧 정신년령의 승화일 것이다.
“이젠 살 만큼 살았는데, 이제 볼 장이 있나?”하며 습관 그대로 살려고만 하지 말고 아무리 인생의 후반전이라 해도 자신의 키높이에 맞는 여생의 설계도를 세우고 금싸락처럼 귀중한 시간을 합리하게 안배해야 한다.
젊은 시절처럼 거창한 목표는 아닐지라도, 하다못해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매일 매월 매년을 단위로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살며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꿈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사는 로년이야말로 생기가 넘치는 삶이다.
나는 정년퇴직 후에도 평생 종사했던 전공을 살려 연길시의 공업기업에서 여열을 불태웠다. ‘35세 이하’라는 회사의 년령제한도 파격적으로 깨뜨리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오기 하나로 비록 직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집중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이는 단순한 수자에 불과해졌고 오히려 매일 배우고 도전하며 마음은 날로 젊어지고 자신감도 다시 채울 수 있었다. 직장에서 젊은이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였다. 언제 자신이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었다. 리사장은 입버릇처럼 나의 정신년령이 40대라고 듣기 좋은 말로 고무격려해주며 “움직일 수만 있다면 칠십이 될 때까지 계속 일해달라.”고 당부하군 했다.
이런 활력은 단순히 의욕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낡은 터에서 이밥 먹던 생각”만 하며 과거 경험만을 가지고 고리타분하게 우기지 말고 부단히 자신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시켜야 한다. 컴퓨터를 모르면 한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 네트워크 시대에 나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들며 젊은이들과 대등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었고 업무 소통의 장벽은 허물어졌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과 경력에만 연연하는 선배가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고 함께 호흡하는 동료가 되고저 했다.
멋진 황혼인생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사회생활에서든 가정에서든 명석한 두뇌와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신생사물에 대담하게 도전하며 진부한 습관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멋진 로인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 타령만 하지 않고 정신년령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며 오늘도 한뽐 더 성장하는 로인들을 보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황혼의 캔버스에 성실히 붓을 얹는 삶을 산다. 그들의 로년은 석양이 물드는 하늘처럼 따스하고 장엄한 풍경이 된다. 늙어간다는 것은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빛갈이 깊어지는 려정임을 그들은 몸소 증명하고 있다.
석양이 아름다운 리유는 그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가장 뜨겁게 타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년령도 그러하기를 두 손 모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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