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연변축구의 재기, 그것이 그립다 (3)
파란만장했던 일로, 그 속의 주인공들

2023-03-28 08:40:20

110여년의 축구기원을 자랑하는 연변은 동북 나아가 전국에서도 축구발원지중의 하나였으며 새중국 창립 70여년간 국내 각급 축구팀에 수백명의 운동원을 수송하기도 한 자랑찬 고장이다.

1965년 길림성팀(연변팀)이 전국축구갑급련맹경기서 우승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1997년 연변오동팀이 갑A에서 국내외를 놀래운 ‘오동선풍’을 일으켰으며2015년 연변부덕팀이 갑급리그 우승신화를 쓰며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중국 축구무대에서의 연변축구의 존재감은 거대했고 연변을 알리는 한장의 아름다운 명함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오늘 독자들과 만나는 기사는 중국에서 프로축구 태동과 함께 이어져온 연변축구의 이야기들로 문장을 구성해볼가 한다.

리호은 감독, 최은택 감독, 고훈 감독의 시대를 거친 1994년부터 1999년까지의 갑A시절은 연변축구에 있어서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 파란만장의 일로였다.

<리호은시대>가 하프선을 주축으로 한 3-5-2전술로 침침하던 중국축구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면 <최은택시대>의 고종훈-졸라-황동춘 황금삼감과 <고훈시대>의 고종훈-황동춘-천학봉 황금삼각은 국내 어느 철통수비들의 간담도 서늘케 하는 돌파력을 과시했다.

방금 축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국내선수들이 공연하는 것처럼 기술을 뽐내며 ‘서서 뽈을 찰’ 때 리호은 감독은 ‘전면공격, 전면방어’의 전술로 “축구는 이렇게 뛰면서 차야 한다.”는 계몽교육을 주입시킨 감독이다.

최은택 감독은 현대축구리론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축구전술을 구사하며  1997 시즌 4등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최교수는 중국축구계에 “프로축구는 이렇게 차는 거야.”를 실례로 가르쳐준 분이기도 하다.

1998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잡은 고훈 감독은 현대축구의 조류와 연변팀 선수들의 특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조선족 선수 특유의 순발력을 바탕으로 정체적 배합을 강조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갑A시기 이 고장에서는 입장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경기장 밖의 나무가지에까지 올라타고 경기를 관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기 구락부 운영을 위한 자금난 타개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축구팀을 위해 묵묵히 실제적인 일을 해주신 남상복, 정룡철 주장이 있었는가 하면 연변축구를 위해 중앙과 전국 각지를 뛰여다니는 열혈축구팬 리결사 부주장도 있었다. 연변축구의 한폭의 기치였던 고종훈 선수가 내뱉었던 그 유명한 “중국축구, 희망이 없다!(中国足球没戏了!)”는 ‘명언’도 이 시기 중국축구계의 ‘검은 호르래기’에 격분해  터져나왔던 말이다. 그만큼 갑A시절 연변은 축구에 빠져있었고 열기는 뜨거웠다.

연변 프로축구는 2000년을 계기로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사상 초유의 팀 매각(절강록성구단에 매각)이라는 상황과 마주했고 리호은, 고훈 두 감독을 거쳐 새로 무어진 연변팀(윤광, 문호일, 한청송, 한광화 등 선수들이 주축)은 을급리그를 전전하다가 2004년에서야 갑급리그 무대에 승격할 수 있었다. 그 뒤 2014년 갑급리그에서 강등될 때까지 10년간 연변 프로축구는 두차례의 구단 시장화, 사회화 시도 실패, 해마다 이어지는 자금난, 참으로 타개가 힘든 나날의 련속이였다.

변강의 오지에 연고를 둔 연변팀, 결국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고 또한번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섰다. 2015 갑급리그(2014년 강등됐으나 보충명액으로 갑급리그 티켓 확보)에서 시즌 초반부터 새 바람을 몰고온 연변팀은 15년 만의 1부리그(슈퍼리그) 복귀, 50년 만의 전국 우승이라는 기가 막힌 신화를 쓰며 중국 축구무대에 우뚝 섰다.

실제로 연변팀은 이 해 어느 팀을 만나도 웅크리지 않았다. 하태균, 찰튼, 스티브 선수는 전방에서 상대수비진을 흔들었고 배육문, 박세호, 손군, 리훈 선수는 중원과 전방을 넘나들며 공격을 전개했으며 강홍권, 오영춘 등 측면 수비수들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힘을 보탰다. 꼴키퍼 지문일 선수를 비롯해 최민, 조명, 진효 등 수비수들은 뒤문을 단단히 걸어잠그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내내 홈장경기에는 매번 2만여명의 관중들이 운집해 선수단에 큰 힘을 가져다 주었으며 눈물겨운 사연의 축구팬들이 용솟음쳐나오기도 했다. 조선족들이 집거해있는 도시에서의 원정경기 때면 ‘붉은 물결’을 감명 깊게 볼 수 있었고 수백명, 수천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과 연변팀 관련 소식들을 속속 꿰고 있는 ‘해박함’에 그들이 그렇게 고맙고 멋있을 수가 없었다.

축구팬들의 행복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연변축구에 또 한번의 지독한 암흑기가 도래하고 만다. 2019년 2월 25일 연변직업축구구락부가 정식으로 파산을 신청하며 연변 프로축구는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지만 3년 8개월, 정확히 1357일간 ‘와신상담’을 해오던 연변축구가 또 한번 신주대지에 그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한다. 2022년 11월 13일, 불굴의 연변룡정팀(연변팀) 용사들은 을급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갑급리그 승격 확정’이라는 값진 선물을 자치주 창립 70돐을 맞는 고향에 덜컥 안겼다. 여러번의 감독교체를 단행한 연변팀은 시즌 내내 운도 따라주었지만 단결, 박투의 연변축구 정신을 남김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연변팀은 김봉길 감독(한국적)이 지휘봉을 잡고  포지션별 선수 영입, 외적용병 영입 등 선수보강과 1, 2차의 고된 전지훈련을 통해 팀을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축구의 고향’의 새로운 스토리가 야망의 ‘김봉길호’와 함께 이 땅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리영수 리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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